열린우리당 초선의원 10여명이 15일 지방선거 패인을 찾고 새로운 당의 진로를 스스로 찾아보겠다며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당과 청와대를 향해 ‘싸가지 정당’, ‘무능한 정부’라고 비난하는 민심을 그대로 전하며 “국가를 경영할 능력도 없다면 재집권해 뭐하겠느냐 ”고 거침없는 독설을 쏟아냈다.
지역구에서 확인한 성난 민심을 2시간 동안 서로 확인하며 당청 지도부의 각성을 촉구한 토론회는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처절히 반성한다”면서도 여전히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던 전날 지도부 워크숍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이들은 현재의 사태에 당과 청와대 모두 책임이 있다면서도 비판의 대부분을 청와대에 할애했다.
신학용 의원은 “배고픈 국민은 무능한 정부보다 부패한 정부를 선택하겠다는 상황”이라며 “대통령과 김병준씨, 그 밑의 참모들이 제발 함부로 말을 못하게 해달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노현송 의원은 “정부가 생각하는 개혁과 혁신의 방향이 국민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지 않느냐”며 “인사문제만 해도 결정적으로 어떤 한 인사로 인해 (참여정부가) 독선적이고 오만하다고 느낀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노영민 의원은 한 술 더 떠 “결국 능력의 문제인데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는데 집권하면 또 뭐하겠냐”라고 반문했다.
의원들은 특히 참여정부의 핵심정책인 부동산, 언론, 세제 등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박영선 의원은 “부동산 대책의 주요 타깃인 고가ㆍ다주택ㆍ땅부자에 대한 중과방침의 정책방향은 맞았지만 공시지가 상승과 실거래가 반영에 따른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며 “거래세만 해도 실거래가 적용으로 부담이 증가한 만큼 추가인하조치 등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교흥 의원도 “실수요자에 한해 1가구 1주택 세부담 문제를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학용 의원은 “증세정책을 펴고 성공한 정부는 없다”면서 “백전 백패인 증세정책을 갑자기 꺼내든 게 가장 큰 선거패배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오제세 의원은 “능력 있는 대기업이 일자리도 만들고 서민경제도 살리는 만큼 반기업노선을 전면개편해서 친기업노선으로 가고 일자리 창출에 정부와 우리당이 그야말로 올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윤 의원 등은 “언론이 권력이라면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권력을 없애버리겠다고 한 것은 우리의 가장 뼈아픈 실책”이라고 반성했다.
우리당을 향한 목소리도 매서웠다. 민병두 의원은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을 보내는 동안 우린 나태한 10년을 보냈다. 아랫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은유했다. 반면 부산출신 조경태 의원은“40대 지역구 여성이 ‘한마디로 싸가지 정당이다. 상대방 입장을 전혀 존중하지 않으면서 무슨 국민통합이냐’고 하더라”면서 “그동안 당 지도부가 리더십도 없었고 분열적인 계파도 너무 많아 당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모임을 주선한 전병헌 의원은 “새 지도부도 출범했으니 이제 힘을 모으자”고 했으나 이들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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