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물에서 신맛이 나고 악취가 나요. 이상한 건더기도 나와요.”
최근 경기 S초등학교 아이들이 새로 설치한 학교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을 마시고 불평을 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더니 무허가 정수기 제조업체 S사가 불법으로 만든 정수기를 사용하다 ‘2-부탄온 옥심’이라는 유해물질이 물에 들어간 것이었다.
정상적인 정수기의 정수탱크는 아르곤 가스로 용접하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S사는 공정이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용접 대신 공업용 실리콘 접착제를 썼고 이 접착제가 물과 만나면서 2-부탄온 옥심이라는 유해물질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 물질은 수컷 쥐에 간암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인간에게 발암성이 있는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S사는 60평 규모의 비위생적인 환경의 야적장에서 정수기를 만들어 왔고, 법령에 정해진 46개 항목의 품질검사와 사후관리계획 수립 등 신고절차도 밟지 않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허가 불량 정수기 260대는 2004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수도권 초ㆍ중ㆍ고교 93개교에 납품됐다. 경찰은 “이중 19개교에 공급된 38대에서 유해물질이 녹아 나왔다”고 밝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5일 먹는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S사 대표 이모(38)씨와 총괄사장 류모(3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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