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진출한 외국 제약사들과 보건의료 시민단체가 보건복지부의 약제비 절감 정책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외국계 제약업체들의 모임인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약값 절감 방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보건의료연합이 이에 항의하는 집회를 비슷한 시간, 비슷한 장소에서 열어 맞불을 놓은 것이다.
KRPIA는 1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한국화이자 사장 등 7개 다국적 제약사 한국지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의약품 선별보험등재제도(포지티브 리스트제)’ 도입 방침이 국내 환자들의 신약 접근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부를 것”이라며 약가정책에 반대했다. 포지티브 리스트제는 가격 대비 효능이 우수한 약만 지정해 건강보험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현재는 등록만 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건보를 적용해준다.
이들은 회견에서 “정부의 약가정책으로 환자들이 혁신적인 신약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막아 결국 한국 환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다국적 제약사들의 한국진출 의지도 꺾이게 될 것” 이라며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의 약값 조정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약가정책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기 30분 전 의료관련 시민단체의 연대기구인 보건의료연합은 웨스틴 조선호텔 앞에서 이들의 기자회견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보건의료연합은 “포지티브 리스트제는 현재 건보 재정지출의 30%를 차지하는 약제비를 줄이는 효과적인 정책” 이라며 “이 제도를 도입한 어떤 나라에서도 신약 접근이 어려워진 사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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