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각종 국정과제위원회가 '역할 혼란'으로 삐걱거린다는 소식이다.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의 사임을 계기로 표면화한 국정과제위의 '역할 혼란'은 다른 위원회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정책기획위, 동북아시대위, 국가균형발전위, 교육혁신위 등 11개 위원회 모두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일찌감치 예견됐던, 당연한 현상이다. 국정과제위는 정권 출범 초기에 의욕적으로 '개혁' 정책을 입안하면서 커다란 힘을 발휘했다. 그래서 '위원회 공화국'이라는 말도 나왔다. 단순히 청와대 위원회나 외부의 독립 위원회 등 온갖 위원회가 너무 많다고 해서 나온 말이 아니다.
동북아위가 관련된 청담도 사건에서 보듯, 청와대 위원회가 대통령의 정책 자문에 응한다는 고유 기능을 넘어 '집행'에까지 무리하게 의욕을 보인 데 대한 비판이 담겨 있었다. 그것도 잠시일 뿐, 이제는 고유기능조차 시한을 맞고 있다.
국정과제위의 역할에 대해 관계 법령은 국가적 정책 과제를 입안하고 행정부처에 의한 그 집행을 점검ㆍ평가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 정책의 점검ㆍ평가를 맡은 다른 국가기관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 역할은 입안에 그칠 수밖에 없다.
현 정부의 '개혁' 로드맵은 이미 다 짜여졌다. 설사 아직 미완성 상태라고 해도 해가 서산에 걸렸는데 언제까지 지도책만 들여다보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 국정과제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정책 집행의 관망뿐이다. 따라서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조직 축소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하는 정권 퇴장기의 과제에도 부합한다.
물론 다른 권력 기구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는 만들기는 쉽지만 허물기는 어렵다. 조직과 개인의 관성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다음 정부가 이런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뜻에서라도 위원회 축소ㆍ정리를 촉구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