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동호회 회원 30대 이모씨는 지난해 6월 주말에 한강 고수부지에서 축구를 하다 급정지 하는 순간 무릎에서 ‘딱’하는 소리가 나며 쓰러졌다. 무릎은 금세 부어 올랐고 걷기조차 어려워졌다. 이씨는 덜컥 겁이 났지만 평소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라 ‘금방 낫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예상대로 붓기와 무릎 통증은 2~3일 지나자 한결 가라앉았다.
당시의 부상을 잊고 살던 이씨는 그러나 지난 주말 축구를 하다가 다시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이번에는 그 증세가 1년 전보다 훨씬 심했다. 이씨는 병원에서 “1년 전 이미 무릎전방십자인대 부분파열이 있었고 이번에는 2차 부상으로 무릎연골이 찢어져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진단결과를 들었다.
전세계인이 열광하는 2006 독일월드컵이 시작되면서 직접 축구를 하는 사람들도 더불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과격한 운동인 축구는 부상위험이 상당히 높다. 또 점점 뜨거워지는 햇볕아래서 뛰는 것은 피부 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 릎, 다치고서도 모를 수 있다
무릎 부상은 가장 위험한 부상이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회복시간도 오래 걸리고 심지어 완전회복이 안 되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이다.
무릎 부상에서는 보통 전방십자인대를 많이 다치는데 발이 땅에 닿아 있는 상태에서 갑작스런 방향전환, 급정지 등을 할 때 손상이 생긴다. 다치는 순간에는 ‘뚝’하는 소리 또는 느낌, 아니면 무릎이 내 몸에서 빠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다친 이후에는 통증이 계속 되고 얼음찜질을 해도 부기가 잘 빠지지 않으며 걸으려 할 때 무릎이 흔들리는 등 불안정한 느낌이 든다.
무릎 부상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무릎인대를 다쳤어도 통증과 부기가 2~3일 정도 지나면 좋아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 나은 줄 알고 방치하게 되지만 이들 중 90% 정도는 1년 내에 무릎 연골에 2차 손상이 생기고, 5년 내에 관절염이 생기며 관절이 심각하게 망가지게 된다.
때문에 무릎을 다쳤다 싶을 때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게 가장 좋다.
◆ 발목삠, 가장 흔한 부상
축구에서 가장 흔한 부상이 발목을 삐는 것이다. 뛰어 올랐다가 내려오며 발을 잘못 디뎌 삐는 경우도 많지만 발이 땅에 고정된 상태에서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서 발목이 뒤틀리거나 상대방의 태클에 의해 손상되는 경우도 많다. 이때는 복숭아뼈가 있는 발목 바깥 쪽 인대가 늘어나거나 심할 경우 끊어지게 된다.
일단 발목인대를 다치게 되면 통증과 함께 발목은 금세 부어오르고 주변근육 경련으로 걸음은 절뚝거리게 된다. 이때 30분 정도 쉬었는데도 계속 아프고 정상적으로 걷기가 어렵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 허벅지, 종아리 '뜨끔'도 부상
만일 축구를 하던 도중에 허벅지 쪽에서 ‘뜨끔’, ‘시큰’하는 느낌이 나면 햄스트링 부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햄스트링은 엉덩이 뼈 안쪽에서 시작해 허벅지를 지나 무릎관절 안쪽까지 연결돼 있는 근육으로 도약, 방향전환, 차기, 달리기 등에서 많이 쓰인다.
이 곳을 다쳤을 때 붓는 증상은 없고 무릎을 구부리고 도약하려 할 때 등 특정한 동작에서만 통증이 느껴지게 된다.
또 뛰는 순간에 종아리에서 ‘뜨끔’하는 느낌이 들었다면 종아리 안쪽의 ‘내측비복근’일부가 파열됐을 수 있다. 이때는 뛰어 오를 경우 발목 아래 쪽에서 통증이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허벅지, 종아리 근육은 인대부상에 비해 회복이 빨라 3주 정도 안정을 취해주면 된다. 또한 이후에는 헬스 등으로 근력강화운동을 해 주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칫하며 2차 부상으로 이어질 수기 때문에 자가진단보다는 병원 등에서 전문가의 운동처방을 받은 뒤 하는 게 좋다.
◆ 피부상처, 즉시 소독해야
축구 경기 중에는 상대방 선수들과 부딪치거나 넘어지면서 피부가 쓸리거나 찢어지는 부상도 종종 당하게 된다.
이때는 즉시 경기를 멈추고 생리식염수로 상처를 소독한 뒤 연고를 바르고, 거즈를 붙여주는 것이 좋다. 상처를 방치하고 그냥 뛸 경우 땀, 피지 등으로 인해 상처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처를 치료할 때는 흉터개선 연고, 항생제 연고 등이 효과적이다.
또 거즈는 일반 마른 거즈보다는 최근 시중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 습윤거즈가 좋다. 습윤거즈는 상처가 아물면서 생기는 딱지가 거즈에 달라붙지 않아 흉터가 훨씬 적게 남는다.
◆ 헤딩, 탈모유발 위험
축구에서 ‘머리’를 자꾸 쓰게 된다면 탈모가 촉진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공을 자꾸 헤딩하다 보면 머리카락이 시작되는 모근, 모낭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낭벽이 얇아지게 되면 혈액순환, 영양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돼 머리카락 두께가 점점 줄어들며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다.
자외선, 땀도 탈모의 원인이 된다. 자외선은 피부를 노화시켜서 모공벽을 허물어뜨림으로써 탈모를 촉진한다. 늘어난 땀과 피지는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모근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축구 경기 후에는 반드시 머리를 감아 두피를 깨끗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두피, 목, 어깨 부위를 마사지 해주는 것도 두피 혈액순환 촉진에 도움이 된다.
◆ 90분 뛴 후에 생긴 기미?
90분 내내 아무런 부상이 없었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경기 내내 쬔 자외선은 피부의 멜라닌 색소를 자극해 나중에 기미, 주근깨를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자외선은 남녀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남성이라도 경기 전에는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발라주는 게 좋다. 또 경기가 끝난 후에는 비타민C가 많은 과일, 야채를 충분히 섭취해 주는 것이 기미 발생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 응급처치 4원칙
축구 등의 스포츠를 즐기다가 부상을 당했을 때 일반적인 응급처치 4원칙은 'RㆍIㆍCㆍE'이다. 즉 '안정(Rest) 냉각(Ice) 압박(Compression) 들어올림(Elevation)'이다.
우선 부상을 당했다면 부목을 대는 등의 방식으로 최대한 상처부위를 움직이지 않게 해야 한다. 또한 다친 후 48시간까지는 상처부위를 얼음 등으로 냉찜질해 혈종, 통증을 방지하는게 좋다.
'압박'은 상처가 붓는 것을 막기 위해 붕대 등으로 감싸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장시간 또는 강하게 압박하게 되면 세포조직이 괴사할 수 있다. 들어올림은 손상부위를 심장보다 높은 위치에 두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출혈과다와 붓는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물론 운동을 즐기기 전에 약 20분 정도 스트레칭 등의 준비운동을 해 부상을 방지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스포츠부상은 보통 근육이 굳어 있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다 근육이 파열되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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