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호나우두(30ㆍ레알 마드리드)의 플레이는 마치 재앙에 가까웠다.
브라질의 간판 스트라이커이자 한일월드컵 득점왕인 호나우두는 14일(한국시간) 크로아티아와의 F조 예선 첫 경기에서 시종 무딘 움직임으로 일관하며 자신이 과체중 상태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4년 동안 그의 몸 구석구석에 붙은 5㎏의 군살은 그의 몸놀림을 50배는 굼뜨게 만든 것 같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서너명의 수비수를 가볍게 제치며 슛을 작렬하던 그의 모습은 발끝으로 떨어지는 패스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뒤뚱거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날 호나우두가 날린 변변한 슛이라곤 후반 11분 크로스바를 넘긴 중거리 슛이 전부였다. 결국 호나우두는 후반 24분 신예 호비뉴와 교체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경기가 끝난 후 외신들은 그의 플레이에 대해 ‘악몽’(nightmare), ‘잡동사니’(lumber) ‘멍청이’(lacklustre) 등 과격한 단어를 쏟아냈다. 호나우두의 플레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크로아티아 골키퍼는 “(그런 몸의)호나우두가 벤치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호나우두는 서너 차례 10m 가량을 질주했지만, 그것이 그가 경기 내내 내게 보여준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호나우두에겐 더 없이 중요했다. 그가 브라질 국기를 달고 출전한 100번째 A매치인데다, 그 동안 불거졌던 과체중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1994년 17살의 나이로 월드컵 무대에 데뷔한 이래 3차례의 월드컵에서 통산 12골을 기록한 그는 월드컵 최다골(14골)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존재 자체가 브라질 팀에 부담이 되고 있다. 브라질의 한 축구칼럼니스트는 “호나우두의 가장 큰 걱정은 4년 전과 달리 그가 없이도 브라질은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호나우지뉴, 아드리아누, 카카 등 그의 동료들은 이날 경기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며 호나우두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하지만 카를루스 파헤이라 브라질 감독은 호나우두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파헤이라 감독은 “호나우두는 두 달 동안 경기를 뛰지 못한 만큼 리듬을 타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점점 제 기량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헤이라 감독은 호나우두를 호주와의 예선 2차전에서도 선발 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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