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 제거와 최측근 정치참모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의 기소 모면 등 정치적 호재가 이어지면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지지도의 반전 흐름에 탄력이 붙고 있다. 백악관 참모들은 물론 당장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표정도 눈에 띄게 밝아졌다고 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정치 분석가들은 바닥을 친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자르카위 제거 이전에 캘리포니아 하원의원 보선 승리, 재무장관에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 헨리 폴슨 지명 등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13일 발표된 USA 투데이 및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는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 반전을 수치로 보여준다. 5월에 31%까지 내려갔던 지지도가 한달 사이에 38%로 뛰어 올랐다. 이에 대해선 18개월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자르카위 제거를 중요한 성과로 여긴다는 응답도 53%에 달했다. 부시 대통령이 13일 위험을 무릅쓴 채 철통보안 속에서 이라크를 깜짝 방문한 것도 이러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은 실제로 이라크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미 국민의 여론 향배, 미 유권자들의 정서에 호소하기 위한 ‘국내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머물렀던 5시간 만큼은 정치적 무대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미 공화당은 로브 차장이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누설 사건인 이른바 ‘리크게이트’의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중간선거를 위한 선거전열 정비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선거전략의 귀재’로 통하는 로브 차장이 선거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반전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백악관과 의회에서 이라크전과 관련된 홍보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일정을 마련했다. 부시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서 초당파적인 ‘이라크 스터디 그룹’을 면담하고 미 하원은 15일 ‘이라크전 필승 결의안’채택을 위한 대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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