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에 나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강점’ 중 하나는 선수들의 경험치가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대표팀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10명이나 포진해 있고 이들 중 대부분은 당시 주전이었다. 결국 토고전 승부는 이들의 노련하고 침착한 경기 운영에서 갈렸다. 원정 경기, 거기다 16강 진출이 걸린 첫 승부, 무승부도 패배와 마찬가지라는 부담 등 정신적인 압박에 더해 선제골 허용이라는 악재를 극복한 것은 무형의 자산인 베테랑들의 경험에 힘입은 바 크다.
# 전술변화에 빨리 적응 2골 뽑아
토고는 전반 초반부터 강하게 우리 진영을 압박했고 한국은 전반 15분 동안 한 차례의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전반 31분에는 어이 없이 선제골을 허용했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은 눈에 띄게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등 경기장 분위기에 압도된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후반 들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천수(울산), 안정환(뒤스부르크) 등 2002 월드컵의 영웅들이 흐름을 되돌려 놓았다. 모험이다 싶을 정도의 급격한 전술 변화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것은 이들의 경험이 큰 몫을 차지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전 들어 공격수를 4명으로 늘리며 박지성과 이천수의 포지션을 맞바꾸며 도박을 걸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선수들에게 이런 극단적인 전술 변화는 악영향을 불러 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공격 라인은 전술 변화에 100% 부응해냈다. 박지성, 이천수, 안정환 등 이날 승리의 주역들은 이탈리아와의 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토고전과 같은 모험적인 전술 변화로 역전승을 거둔 경험이 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1-1로 맞선 연장전 들어 공격수를 6명으로 늘리는 모험을 걸었고 안정환의 골든골로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큰 승부에서 이런 역전극을 연출하기는 쉽지 않다.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담대함은 결국 ‘큰 승부’를 치러 본 경험에서 비롯된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박지성의 한 마디는 이날 승인이 어디에 있는 지를 말해준다. 그는 토고와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차이로 ‘경험’을 지적했다. 박지성은 “토고 선수들이 큰 경기를 치러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후반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집중력이 저하됐다. 그들도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경험이 차이가 결국 승패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쾰른(독일)=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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