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의 허리 역할을 해온 중견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대폰과 MP3플레이어 등으로 IT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견 기업들이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고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팬택계열은 구조조정 및 지분매각설에 시달리고 있다. 올 1분기 흑자 전환했지만 2분기 실적은 내수와 수출 부진으로 다시 적자로 돌아서면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팬택계열은 13일 스카이폰을 외주 생산하던 SKC와 계약을 종료하고 전략 제품 위주로 생산라인을 집중할 예정이다. 올들어 200명의 인력감축을 단행했지만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팬택앤큐리텔이 현금확보 차원에서 팬택 지분 13~15%를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VK도 1분기 164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국내외 합쳐 2,000명이 넘는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생산물량도 월 25만대 수준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전략적으로 내놓은 ‘VK700’ 모델의 하루 개통수가 100대에 못 미치는 등 기대 이하이고 해외 판매는 브랜드 인지도가 약해 판매량이 쉽게 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IT 기술력의 상징처럼 꼽히던 MP3 플레이어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수십개에 달했던 MP3업체들은 현재 10개 수준으로 줄었고 이마저 연말이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저가로 밀어붙이는 거대 외국 기업들의 마케팅 공세와 다기능 디지털기기들이 등장하면서 수익이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레인콤은 지난해 356억원의 적자에 이어 올 1분기에도 18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80여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계열사를 분리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MP3 1세대 기업인 엠피오도 14일 우중구 사장이 회사 매각에 이어 경영마저 그만두면서 귀금속 및 혼합연료 판매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코원, 디지털큐브 등도 MP3 사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휴대용 멀티미디어단말기(PMP) 등으로 다각화를 꾀하면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IT SoC협회의 황종범 사무총장은 “수출이 없으면 내수도 의미가 없다”며 “해외 시장 경쟁력은 브랜드 인지도와 마케팅 능력이 좌우하므로 영향력 있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인수합병(M&A)이 위기 탈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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