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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기호의 Enjoy 월드컵] (3) 뮌헨 경기장 명칭 '알리안츠 아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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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기호의 Enjoy 월드컵] (3) 뮌헨 경기장 명칭 '알리안츠 아레나'

입력
2006.06.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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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월드컵 개막전과 식전 행사를 눈여겨본 사람이라면 선수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도 플레이거니와, 또 하나 특이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름 아닌 스타디움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과 ‘1860뮌헨’이 홈 스타디움으로 쓰고 있는 이 경기장은, 반투명 재질로 되어 있는 외형이 그때 그때마다 색을 바꾸며 현란한 조명 예술을 뽐낸다. 그라운드 밑에는 총 27㎞나 되는 히터가 깔려 있고 상점이 28개에, 1500석 규모의 레스토랑도 경기장 안에 갖추고 있다. 뭐, 경기장의 외형이야 그러려니 치지만, 우리 눈에 무엇보다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경기장의 이름이다. 경기장의 명칭은 ‘알리안츠 아레나’. 보험회사 이름이 고스란히 경기장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 세금 아끼고 기업은 광고 '일석이조'

월드컵 같은 세계적인 행사가 열리는 메인 스타디움에 사기업의 로고와 명칭이 버젓이 달려 있다는 것이 우리네 감정으로선 좀 어색하기도 하지만(가뜩이나 월드컵이 갈수록 상업주의로 변질된다는 시점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 중 하나라는 느낌이 든다. 사실, 월드컵을 유치하고, 그에 따른 부대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자본들은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2002년에 우리가 경험했듯). 세금보다 더 많은 이익이 창출되기 때문에 투자의 일환으로 눈감아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복지나 교량 건설에 써야 할 세금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그러니 축구를 싫어하는 억울해진다. 억울해서라도 축구를 보고 만다). 한데, 독일의 경우, 그것을 사기업의 자금으로 충당했다.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광고 효과를 봐서 좋고, 독일 정부는 세금 지원 없이 월드컵을 치르니 좋고, 국민은 자자손손 자랑할 만한 스타디움을 갖게 되어서 좋다. 그야말로 윈윈윈이다. 이름이야 아무렴 어떤가. 중요한 것은 현실적인 문제들(세금, 향후 운용 계획,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질 플레이)이다. 그것이 바로 독일 국민의 문화이다(이쯤에서 2002년에 지어진 우리의 월드컵 경기장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상암 빼곤 대부분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그 큰 경기장들을).

우리는 어쩌면 너무 심각하게 이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만드는 예시이다(한일 월드컵 당시, 대회 명칭을 한일(韓日)로 할 것인가, 일한(日韓)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가 핏대 높여 싸웠던 일화를 생각해보라).

13일 토고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우리 국가대표팀이 뮌헨 개막전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하기 위해선 4강까지 올라가야 한다. 국민만큼이나, 개막전 스타디움 명칭을 쓰고 있는 보험회사 한국 지부 또한 두 손 모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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