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강경한 투쟁 중심에서 벗어나 현실적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이 국내외 주요 노조에서 천명되고 있다. 첨예해져 가는 국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노조가 활동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13일 “노사문제를 자율 해결하기 위해 대화 기구인 노사발전재단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일자리 창출과 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해 외국인 투자유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에 공감하고 기대를 거는 것은, 그가 극렬 노동운동가 출신이며 우리 노동계의 한 축을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주장하는 노동운동의 변화가 국제 상황이나 노사관계에 적응하는 길인 까닭이다. 그는 노총 창립 60주년을 맞은 3월에도 “노동계가 산업의 변화속도를 읽고 받아들여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힘들어도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론 게텔핑거 위원장 역시 최근 노조의 변화와 희생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위기의 미국 자동차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노조가 전통을 깨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UAW 또한 강성 노조로 이름이 높았다.
게텔핑거 위원장의 발언은 아시아 자동차업체의 세찬 도전 속에 침체일로를 걷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당면한 어려움을 말해 주며,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 등 자동차회사의 노사협상에서 노조가 더 양보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국내외 노동계의 노선 전환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되었지만, 노사 모두와 국가경제를 위해 합리적이고 타당한 변화이기도 하다.
이제 노조 지도부는 노조원 복지뿐 아니라 국가ㆍ국제적 흐름까지 읽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의 노사관계 선진화입법 저지를 걸고 곧 총파업을 벌일 예정인 민주노총의 지도노선이 답답해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민노총은 강경파ㆍ온건파 간 다툼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지 말고, 국내외 노동계의 변화부터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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