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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아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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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아버지들

입력
2006.06.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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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후 남자들이 경제적으로 변변한 가장노릇 하기가 힘든 시절이다. 왜 안 그렇겠는가? 아이들의 씀씀이가 헤퍼진 데다가 대학교육 마쳐주는 게 부모 의무처럼 됐고, 심지어는 그 뒤에도 몇 년이나 더 자식을 먹여 살려야 할지 모르는 판이다. 한 친구가 직장 선배와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나눴다는 대화를 재구성하자면 이렇다.

선배: (자못 심란하고 절실하게) 어디 돈 많은 과부 있으면 소개 좀 시켜줘.

후배: (우적우적 깍두기를 씹으며) 저도 그런 사람 구하는데요.

선배: (동병상련의 안쓰러움과 궁금함이 겹친 표정으로) 아니, 김 형은 또 왜?

후배: (소주잔을 들이켜며 심드렁히) ‘자식 새끼들’ 대학 보내야지요.

아무렴 멀쩡한 정신일 그들이 진담으로 그런 말을 주고받은 건 아닐 게다. 하지만 능력만 닿는다면 그 나이에 원조교제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 만큼 허덕이는 게 그들 실정이다.

고등학교까지만 자식을 책임져도 된다면 그들이 그렇게나 힘겹지 않으련만. 대학에 못 들어가면 학비 안 들어서 더 좋다는 배짱으로 부모 된 사람들이 자식들을 대하면, 많은 교육문제가 해결되고 이 사회가 훨씬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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