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지역 과수 농가들이 여치 떼의 습격을 받아 초토화하고 있다. 수만 마리씩 떼를 지어다니며 과일을 갉아먹고 있으나 마땅한 퇴치방법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13일 피해 농민들과 영동군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영동읍 비탄·산이·회동리 일대 과수원에 이달초부터 갈색 여치 떼가 날아들어 복숭아 자두 사과 등 과일 열매를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2, 3년 전에도 여치 떼가 나타나기는 했으나 이처럼 대규모로 이동하면서 피해를 준 것은 처음이다. 몸통 길이가 2~2.5㎝ 가량인 여치들은 인근 야산에 서식하면서 수만 마리씩 떼를 지어 다니며 과수원을 습격, 지금까지 30여 농가 과수원 20여ha에 피해를 입혔다.
4,000여평 규모의 복숭아 과수원을 하는 김달호(47·비탄리)씨는 “갑자기 나타난 여치떼가 이제 막 여물어 가는 복숭아 열매 80%가량을 파먹어 올 한해 농사를 망쳤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마을 이장 김세호(53)씨는 “여치들은 과일을 싼 봉지까지 뜯어낸 뒤 열매를 갉아 먹는다”며 “살충제를 뿌려도 그때뿐”이라고 말했다.
영동군 농업기술센터는 현장 피해조사를 벌인데 이어 농촌진흥청에 정밀 조사와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여치를 퇴치할 마땅한 약제가 없어 피해는 확산되고 있다.
여치는 해충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개발된 전문약제가 없고, 개구리 새 등 천적류의 개체 수가 주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크게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농업기술센터 장인홍 지도사는 “이따금 여치 피해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 과수원을 초토화한 적은 없었다”며 “5월이후 고온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여치 떼가 이상 번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영동=한덕동 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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