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만 잘하는 게 아니었다. 뛰어난 ‘발 재간’ 외에도 다양한 이색경력을 가진 선수들의 과거를 슬쩍 들춰보는 것도 2006독일월드컵에서의 또 다른 재미.
D조 이란과의 첫 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의 3-1 승리를 이끈 오마르 브라보(25ㆍ과달라하라)는 아마추어 권투 선수였다. 2001년 2월 프로축구에 데뷔, 2002년부터 주전으로 활약 중인 브라보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2골을 뽑아내는 등 ‘전직(轉職)’의 최고 성공사례로 꼽힌다. 복싱하면 떠오르는 선수로는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과 맞붙었던 이탈리아의 크리스찬 비에리(33ㆍAS 모나코)를 빼 놓을 수 없다. 이번 월드컵 출전은 좌절됐지만 예전 헤비급 복싱선수로서도 주먹 꽤나 휘둘러 ‘링 위의 강자’였다.
둘 다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잉글랜드 공격수 티에리 앙리(29ㆍ아스널)와 포르투갈 미드필더 루이스 피구(34ㆍ인테르)는 축구를 하기 전에 어떤 재능을 과시했을까. 정답은 육상이다. 앙리는 400m 허들을, 피구 역시 단거리에 강해 일찌감치 육상 감독들의 눈 도장을 받았다. 그런 재능이 축구에서는 폭발적인 드리블과 순간 돌파로 나타나 그라운드를 호령하고 있다. ‘그라운드 닥터’로 유명한 브라질의 소크라테스는 의사인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축구와 학업을 병행, 1986년 멕시코월드컵 등에 참가했으나 지금은 은퇴해 의사로서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태극 전사들도 ‘숨은 끼’가 다분하다. 빠른 발을 가진 정경호(26ㆍ광주 상무)는 어릴 때부터 태권도와 수영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만능 스포츠맨’으로서의 자질을 자랑했으며, ‘아드보카트의 황태자’ 조원희(23ㆍ수원 삼성) 역시 초등학교 시절 쇼트트랙에서 국가대표 안현수 선수 부럽지않을 만큼의 실력을 뽐냈던 유망주였다. 한때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밤 문화에 더 익숙해야 했던 ‘투르크 전사’ 이을용(31ㆍ트라브존스포르)의 눈물 젖은 일화도 유명하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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