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이 전국적인 인기를 끄는걸 참을 수가 없었다.”
금지약물을 복용해 메이저리그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제이슨 그림슬리(39ㆍ전 애리조나)가 지난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마무리로 활약한 김병현의 인기를 질투한 나머지 성장호르몬의 일종인 HGH를 복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ESPN은 13일(한국시간) 그림슬리가 HGH를 복용한 것은 김병현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SPN에 따르면 당시 캔자스시티 중간계투였던 그림슬리는 친구에게 “김병현은 전국적인 인기를 끌 자격이 없다. 이제부터 HGH를 복용해 내가 평균 이상은 되는 투수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림슬리는 지난 98년부터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 98시즌 첫 등판에서 3타점 2루타를 얻어맞은 그림슬리는 “스테로이드가 아니었다면 만루홈런을 맞았을 것이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약물의 힘을 확인한 그림슬리는 김병현을 핑계 삼아 HGH까지 손댔다.
인체에서 생성되는 성장 호르몬은 스테로이드처럼 근육을 키워주고 피로 회복도 도와준다. 하지만 HGH 등을 복용하면 골격은 물론 장기까지 성장하기 때문에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부작용이 크다. 소변검사로 복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와는 달리 성장 호르몬은 혈액검사로만 검사가 가능하다. 따라서 금지약물 복용자가 최근 선호한다.
그림슬리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약물검사를 피했다. 담당 간호사에게 야구카드를 선물한 그림슬리는 “스테로이드를 복용했을 리가 없는 나를 검사하는 것은 시간낭비다”고 했다. 그림슬리의 당당한 태도에 속은 간호사는 검사를 생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3일 그림슬리에게 50경기 출전 정지 처벌을 내렸고, 정부 당국은 최근 그림슬리의 집을 수색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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