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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없는 환상의 마임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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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필요없는 환상의 마임 무대

입력
2006.06.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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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임이 더 이상 어릿광대의 몸짓이 아님을 보여주는 마임 무대들이 잇달아 펼쳐진다.

새롭게 출범하는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은 한국 마임의 가능성을 한 데 펼쳐 보인다. 이번 제 1회 무대에서는 3개 마임 극단이 50분씩의 작품 3편으로 참가, 마임의 묘미를 보여준다. 한편 한국사를 압축한 마임극 ‘두 문 사이’는 해외 진출의 기대로 벅차다.

‘피지컬…’은 다양한 형식의 마임이 백미다.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대표 임도완) 의 마임극 ‘안경, 잡지, 식욕’의 풍자는 시사 해설 프로가 무색할 정도다.

이 마임극의 출발점은 9ㆍ11 테러. 전쟁의 광기와 팍스 아메리카나가 조롱의 대상이 된다.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전쟁을 ‘감상’하는 현대인들.

무대 한 켠의 15인치 TV에서는 실제 방송중인 뉴스 프로 등이 방영돼 나온다. 무대 구석에 설치된 캠코더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별도의 스크린에 약간의 시차를 두고 투영함으로써 객석에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수연 연출.

극단 ‘코포럴 씨어터 몸꼴’은 ‘리어카, 뒤집히다’를 통해 가난하지만 따스했던 우리의 1970년대를 불러낸다. 이사, 가난한 사랑, 투쟁, 축제 등 4개의 에피소드로 나눠 리어카가 주제에 맞게 배우들과 조화해 가며 변형돼 가는 모습이 일품이다. 윤종연 연출.

극단 ‘시선’은 운보 김기창의 삶을 그린 ‘바보’로 마임 연기의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전통 무용의 보법에서 따온 신체의 움직임과 여가에서 따온 이미지는 물론, 가야금 등 다양한 음악 형식이 신선하다. 홍란주 연출.

각 무대는 50분의 상연 시간이 필요하다. 주최측은 그래서 하루 두 작품씩 상연하되, 토요일에는 세 작품 모두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18일까지 씨어터 디아더. 화~토 오후 7시 30분, 토ㆍ일 오후 5시.(02)763-8943

‘보이첵’‘벚나무 동산’ 등 현대 연극의 걸작들을 꾸준히 마임화시켜 진지한 마임의 가능성을 모색해 온 ‘사다리움직임연구소’가 이번에는 한국사의 고난 속으로 들어간다. 일제시대 이후 한국전과 현대사 속에서 희생된 자들을 불러내 혼령을 위로하는‘두 문 사이’.

징용 나간 남편은 뼛가루가 돼 돌아온다. 군인들의 혼백은 악의 화신이 돼 살육을 계속한다. 영육을 송두리째 앗긴 종군위안부 여인의 혼을 위로하는 한판 꼭두놀음이 고수의 장단을 타고 푸지게 펼쳐진다.

극단적 표현 양식은 우리의 마음을 앗는다. 눈알이 튀어 나오고, 머리카락이 썩어 문드러지고, 오장육부가 고무줄처럼 늘어난 학도병과 정신대는 바로 우리다. 숨막히게 쏟아지는 뼛가루, 사람을 조종하는 꼭두, 피와 꽃의 현란한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펼치는 영상 등 시각적 장치도 한몫 한다. 이 한국판 진혼굿은 8월 프랑스 페리그에서 열리는 ‘미모스 마임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됐다. 임도완 작ㆍ연출, 김미령 정은영 등 출연. 22~7월 2일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 월~금 오후 8시, 토 3시 7시, 일 3시. (02)744-030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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