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허리가 사람에겐 ‘성인병의 징표’지만 현대 축구에선 ‘승리의 상징’이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전통의 강호’ 독일, 잉글랜드, 아르헨티나가 나란히 첫 승을 따낸 비결은 역시 ‘막강 허리’였다.
남서울대 스포츠영상분석팀의 데이터에 따르면 3팀은 미드필더들의 패스성공률이 상대팀을 압도했다. 10일(한국시간) 개막전에서 코스타리카에 4-2의 승리를 거둔 독일은 선발 출전한 4명의 미드필더가 218회의 패스를 시도해 172회(78.9%)를 성공시켰다. 113회의 패스를 시도해 86회(76.1%)를 성공시킨 코스타리카의 미드필더들에 비해 패스 성공 횟수와 성공률 모두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 독일·잉글랜드·아르헨, 미드필더 패스 성공 압도적
미드필더들의 패스 성공률이 높았다는 것은 중원에서의 압박과 공간을 창출하려는 움직임이 잘 이뤄졌다는 증거. 미드필드의 좁은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세밀한 패스와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 윙백들의 오버래핑은 승리를 위한 현대축구의 필수적인 요건이 됐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도 10일 파라과이전에서 73.8%에 이르는 미드필더들의 높은 패스 성공률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파라과이 미드필더들의 패스 성공률은 71.3%에 그쳤다.선수별로 보면 잉글랜드는 프랭크 램퍼드(86%)와 조 콜(82%)의 패스성공률이 가장 좋았고, 여러차례 절묘한 패스와 킥을 선보였던 데이비드 베컴은 정작 36회의 패스 가운데 18번만 성공시켜 성공률이 50%에 그쳤다.
11일 벌어진 아르헨티나와 코트디부아르의 경기는 ‘죽음의 조’에 편성된 팀들답게 숨막히는 패스워크를 선보였다. 코트디부아르는 중원지역 패스성공률이 83.6%에 이를 정도로 세밀한 축구를 펼치자 아르헨티나도 이에 뒤질세라 86.8%의 패스 성공률을 마크하면서 ‘다크 호스’의 도전을 잠재웠다.
미드필더의 중요성은 세계 축구의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90년대 중반까지 파괴적인 득점력을 보인 공격수가 각광을 받았지만 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엔 공격을 물꼬를 트고, 게임 전체를 이끄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목 받고 있다. 이번 월드컵의 확실한 볼거리로 자리잡은 미드필드 싸움. 경기가 진행될수록 그 열기는 더욱 뜨거울 전망이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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