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담합 규제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부녀회들에 대한 경고 발언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물론, 정부가 담합 단속 의지를 밝힌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02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의 9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규제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공정위는 그러나, 결국 ‘규제 불가’라는 결론을 내놓고 한발 물러섰다.
공정거래법에 의한 담합 처벌이 가능하려면 담합 주체가 ‘사업자단체’라는 전제가 성립돼야 하지만, 부녀회는 ‘편의단체’나 ‘친목단체’에 불과하다는 게 우선적인 이유였다. 또한, 부녀회원 몇 명이 중개업소를 압박했다고 해서 이를 담합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견해를 물리치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현재 건교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담합 규제 방안은 공정거래법이 아닌 부동산중개업법에 의한 처벌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건교부는 법률 검토결과 공정거래법상 개인간 담합행위에 대한 제재는 어렵지만 부동산중개업법상으로는 이를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규정해 처벌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이나 아파트 게시물, 방송을 통해 담합을 조장하는 행위와 ▦‘일정액 이상을 받아주겠다’는 식의 부동산중개업자 매물 유치행위, ▦특정 중개업자에게 물량 몰아주기 등을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건교부는 이런 행위들이 적발될 경우 담합 주체들에 대해 과태료나 벌금 등을 부과하는 한편, 중개업소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방안을 법무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확정 방안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당장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이 예상되는데다가 재정경제부와 공정위가 ‘장고’를 거듭하면서도 묘안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민감한 사안을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용덕 건교부 차관도 12일 집값 담합 규제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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