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최후의 분쟁지역인 바스크의 평화 정착에 제동이 걸렸다.
20만명 이상의 스페인 국민들이 10일 수도 마드리드에서 사회당 정부가 북부 바스크 지역의 분리독립을 위해 40여년간 무장투쟁을 벌이던 ETA(바스크 조국과 자유)와 직접 대화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제1야당인 국민당과 ETA 테러 피해자 단체들이 시위를 주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ETA가 폭력을 포기하고 정부에 무기를 반납하지 않는 한 그들과 평화란 없다”고 말했다.
제1야당인 국민당은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 정부가 지난 주 ETA와 노선을 같이해 2002년 불법화된 정당인 ‘바타수나’와 대화하겠다고 밝히자 정부와의 협조를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파테로 총리는 “앞으로 평화 협상은 길고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며 협상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여론 조사 결과, 스페인 국민의 80% 정도가 ETA의 영구 휴전 선언을 준수시키기 위해 정부가 ETA와의 평화협상을 적극적으로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ETA 피해자 단체는 이번 시위가 야당이 여당과 벌이는 정치적 게임이라며 불참했다.
ETA는 지난 3월 22일 ‘영구 휴전’을 선언, 무장 독립투쟁을 포기하고 평화 정착의 서막을 열었다. 2년 전 이슬람 과격단체가 일으킨 ‘마드리드 테러’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마드리드 테러는 스페인 사상 최악의 폭탄테러로 2004년 3월 11일 출근길 열차에서 191명이 사망하고, 1,500여명이 다쳤다. ETA는 2003년 5월 이후 사실상 테러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이 테러 배후로 의심받으면서 스페인 국민은 물론 바스크 지역에 남아 있던 지지세력조차 등을 돌렸다.
게다가 ETA의 지도자들이 속속 체포되면서 조직의 구심력이 급속히 약화됐다. 마지막 지도자였던 미켈 알비주 아이리아르테가 2004년 10월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더욱이 기업들이 바스크 지역에 투자를 거부하면서 지역 경제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 ETA가 조직의 자금을 대기 위해 바스크 주민에게 거두던 ‘혁명세’도 지지기반을 스스로 붕괴시킨 요인이었다. 지난 한 해만도 20여개 기업이 혁명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ETA의 폭탄 공격을 받았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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