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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왜 잘 팔리나/ <상> '부자만…' 타깃 마케팅 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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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왜 잘 팔리나/ <상> '부자만…' 타깃 마케팅 먹혔다

입력
2006.06.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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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에는 ‘현대’ 이름이 붙지 않은 아파트가 한 동(棟) 있다. 단지 서쪽 끝의 대림 아크로빌이다. 대림건설이 2003년 ‘현대 사원아파트’를 리모델링한 이 아파트는 가구당 80평이 넘는데 56세대가 살고 있다.

가격은 30억원을 넘나든다. 아크로빌 주차장 풍경은 여느 단지와 다르다. 9일 저녁 10시 아파트 전면에 주차된 59대의 차량 중 39대가 외제차였다. 부유층이 사는 곳이기는 하지만, 외제차 비중이 67%에 달하는 것이다.

외제차가 급속히 늘고 있다. 2000년 0.4%(4,414대)에 불과했던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2001년 0.7%에서 지난해 3.3%(3만901대)로 높아지더니, 올들어서는 4%(1분기 기준)를 넘어섰다. 놀라운 것은 점유율 증가 속도다. 87년 수입 개방 이후 최초 1%를 도달하는 데 15년이 걸렸으나, 이후 2년만에 2%, 1년 만에 3%를 돌파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4%대로 올라섰다.

이 같은 급신장은 마케팅 전략이 들어 맞았기 때문이다. ▦부자만을 공략하는 타깃 마케팅과 ▦경쟁업체끼리 도와주는 ‘공생적 마케팅(Symbiotic Marketing)’이 성공 비결이다.

수입차 업체는 부자들이 움직이는 데 따라 전시장을 재빨리 이동 배치한다. 전국의 수입차 전시장은 154개인데, 35%인 54개가 서울 강남ㆍ서초구와 경기 분당ㆍ일산에 몰려 있다. 우리나라 부자(상장회사 CEO 기준)의 45%(1,075명 중 485명ㆍ본보 4월17일자 참조)가 몰려 있는 지역에 그만큼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차 전시장은 지리적으로 부자 동네를 포위하는 형태로 움직인다. 강남ㆍ서초구에서도 핵심 부촌은 압구정동 청담동 대치동 도곡동 서초동 방배동인데, 수입차 전시장은 이들 지역을 포위하는 식으로 분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압구정동만을 겨냥, 도산대로에만 몰려 있었으나 대치동과 도곡동, 서초동으로 부촌이 확대되면서 전시장도 ‘내(內)’자 형태를 그리며 남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4월12일까지 팔린 외제차는 1만293대인데, 60%가 서울(3,732대)과 경기(2,931대)에 몰려 있다. 업계에서는 서울ㆍ경기 지역 외제차의 70%는 강남ㆍ서초ㆍ분당ㆍ일산 주민이 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공생적 마케팅도 성공의 또 다른 요인이다. 수입차 업계 중에서도 최근 점유율이 급증한 아우디코리아 이연경 부장은 “모터쇼를 공동 개최하는가 하면, 경쟁 업체간 정보교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아우디가 가격 할인이나 신차를 발표할 경우, 언론 노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벤츠나 BMW의 유사 사례도 보도자료에 담는 식이다. 이 부장은 “수입차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약해지고, 수입차의 공격적 마케팅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이 곧 5%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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