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에게는 재앙, 중거리 키커들에게는 희망.’
독일 월드컵 공인구인 ‘팀가이스트’가 초반부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전 공인구들보다 회전이 빠르고 탄력이 강해 중거리 슛에 의한 득점이 연속 터져 골 풍년까지 예고하고 있다.
개막전인 독일-코스타리카전은 팀가이스트의 위력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 전반 6분 독일의 필립 람이 페널티박스 코너에서 골문 구석으로 차넣은 대회 첫 골, 후반 토르스텐 프링스가 미드필드 중앙에서 작렬시킨 독일의 네번째 골 등이 대표적이다.
팀가이스트는 슛이 골문으로 향할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골키퍼도 꼼짝 못하고 있다. 또 반발력이 커 공중크로스를 올린 공이 높게 바운드 돼 예상보다 멀리 공격선수 앞쪽에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되자 잉글랜드의 폴 로빈슨, 독일의 옌스 레만, 미국의 케이시 켈러 등 골키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로빈슨은 “공 표면이 비닐을 씌운 듯 미끄럽게 느껴진다. 비라도 내리면 더 골치거리가 될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했고, 켈러는 “공이 배구공이나 비치발리볼처럼 가볍고 궤적이 변화무쌍해 예측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호베르토 카를로스(브라질), 이을용(한국)등 중거리 슛팅이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들로서는 기대 이상의 골을 넣을 수 있어 반갑다. 때문에 이번 대회 득점왕이 미드필더에서 나올 것이란 분석까지 벌써 나올 정도.
팀 가이스트의 위력은 공을 구성하는 가죽조각을 기존 32개에서 14개로 줄여 완벽한 구형에 가깝도록 만든 데 있다. 그 덕분에 볼의 방향이 훨씬 정확해졌고, 야구공처럼 회전을 살짝만 가해도 변화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골키퍼로서는 슈팅을 막기 위해 평소보다 빨리 판단을 내려야 하며, 필드플레이어들 역시 정밀한 컨트롤이 요구되고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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