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5시55분 오산 하늘을 날던 아시아나 8942편 조종실. 갑작스런 소음과 함께 이창호(45) 기장과 김용익(41) 부기장의 눈앞이 마치 커튼을 친 듯 깜깜해졌다. 착륙을 위해 구름 밑으로 강하하던 항공기에 주먹만한 우박이 부딪친 것이다.
조종석 유리창에 금이 가 시야는 ‘제로’가 됐다. 우박은 그치지 않고 집중적으로 기체를 때렸고, 결국 노즈 레이덤을 파손했다. 항공기의 뾰족한 앞 끝이 무뎌지면서 비행속도가 급격히 느려졌다.
더 이상 자동 운항은 불가능했다. 자동 비행장치, 출력장치 등 자동 운행의 필수 장비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이 기장과 김 부기장은 즉각 수동비행(계기비행)으로 전환했다.
관제소에 연락해 “비상 상황”이라고 알렸다. 나중에 김포공항 항무실 관계자는 이 상황을 “머리 없이 새가 날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위급상황을 통보 받은 김포공항 관제소도 신속히 움직였다. 즉시 활주로 폐쇄조치를 취했다. 사고기를 위해 다른 항공기가 활주로로 진입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수 분 뒤 8942편이 나타났고 관제소는 침착하게 레이더 정밀접근으로 유도했다.
이 기장은 끝까지 침착하게 랜딩기어가 정상작동하는지를 확인한 뒤 오후 6시14분께 김포공항에 내려앉았다. 19분간 공포에 휩싸인 200여명의 승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일제히 손뼉을 쳤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위기에 침착하게 대처한 두 조종사에게 웰던(WELLDONE) 표창을 하고 승진도 시킬 계획이다. 이 표창은 1988년 창사 이래 단 2번 밖에 수여된 적이 없는 최고의 포상이다.
22년 조종경력의 이 기장은 “훈련한 대로 했을 뿐이고 관제사들이 많이 도와줘 나온 결과”라며 쑥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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