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북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 거전마을 앞 갯벌. 새만금 방조제가 바닷물을 막은 지 50여일 지난 이곳은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갯벌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던 조개들이 한달 전부터 여기저기서 입을 벌린 채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15년 걸린 방조제 물막이 완공을 축하하는 환호성이 아직도 귓전에 쟁쟁한데 갯벌이 거대한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1억2,000여만평의 새만금 간척지에 바닷물이 흘러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는 가력도와 신시도의 배수갑문 18짝(폭 540㎙). 이를 통해 들고 나는 바닷물은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방조제 안쪽에 있는 거전 마을과 계화도 등 주변 갯벌에서는 백합과 꼬막 등 각종 조개들이 무더기로 폐사하고 있다.
일부 갯벌은 소금기가 올라와 하얗게 변해가는 백화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바닷물이 들어가는 지역에도 동진강과 만경강의 민물이 흘러 들어 염분 농도가 낮아지면서 갯지렁이와 게 등 갯벌 생물들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주민 서민석(46)씨는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날은 썩는 냄새가 진동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주민들의 생활 터전이었던 갯벌이 이제는 거대한 조개 무덤으로 변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한국농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은 어패류의 폐사에 따른 악취 발생 등 민원이 빗발치자 지난달 주민 수 십 명을 고용해 조개 사체를 수거했으며 이 달 중에도 어민들과 협의해 걷어낼 계획이다.
포구 주변과 물이 들고나는 갯골(수로)에도 3~5톤짜리 소형어선 수 백 여 척이 버려지다시피 방치돼 있다. 방조제 연결 전만 해도 어민들이 실뱀장어나 새우, 조개 등을 잡아 생계를 유지하던 배들이다.
바닷물이 막히면서 연안의 소규모 어항 12개중 11개가 항구로서 기능을 상실했다. 평균 수위가 1㎙에 불과해 선박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가력 및 신시 배수갑문의 통선문으로만 이동해야 하는 선박들은 통선문의 폭이 좁고 높이가 낮아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막상 닥치고 보니 주민들의 얼굴에는 절망감이 역력하다. 더 좋은 땅으로 바뀌고 더 잘 살게 될 거라는 정부의 약속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지만 아직은 절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평생 갯벌에 기대어 살던 이곳 84세대 200여명의 주민 대부분은 생계 걱정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편 일부 어민들은 차라리 이렇게 된 이상 새만금 사업이 하루 빨리 이뤄져 마을 주변이 발전하길 기대하고 있다.
갯벌 체험객을 트랙터로 실어 나르는 신희철(44)씨는 “5월부터 10월까지는 평일에도 조개를 캐려는 관광객들이 몰렸는데 지금은 10%로 뚝 떨어졌다”면서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한 주민들에게 이주 및 생계대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모(36)씨는 “새만금 사업이 궤도에 오르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걸리는데 주민들이 그때까지 어떻게 견딜 수 있을 지 걱정”이라면서 “정부 계획대로 새만금 사업이 빨리 완공되어 마을 주변이 개발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만금 종합개발 특별법’을 추진중인 전북도는 “새만금 내부에 산업단지와 초우량 농지, 관광지, 신항만, 물류단지 등이 들어서는 국제투자자유지역으로 조성되면 주변 어민들이 개발의 간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글ㆍ사진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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