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9일 당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 주최로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원인분석과 향후 대책’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선거 후 당 차원의 첫 선거 관련 토론인데다 주제의 민감성 때문에 토론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우리당의 참패 원인과 향후 진로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무엇보다 이날 토론회에선 ‘노무현 대통령 탈당론’이 제기돼 주목을 끌었다. 국민대 정치대학원 김형준 교수는 발제문에서 “초당적인 국정운영과 우리당의 향후 행보에 전략적 유연성을 주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탈당을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당의 새로운 출발은 대통령 탈당에서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탈당을 두려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선거 참패 원인으로 “무능하고 교만하며 갈등만을 일으킨다는 여권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적하고 향후 과제로 ‘범여권 중도개혁세력 통합’을 제시했다.
여당의 노선 대립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국민들의 눈에는 여당의 실용ㆍ개혁 경쟁이 이념ㆍ정책적 노선의 경쟁보다는 당 주도권을 위한 정쟁으로 보인다는데 문제가 있다”며 “실용ㆍ개혁 경쟁이 비생산적인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당의 과제는 중도개혁 정당의 정체성 재정립에 있다”며 “우리당이 내세우는 ‘사회적 시장경제’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어 대안적인 비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경제정책 노선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국민대 정승일 겸임교수는 “우리당이 주장하는 경제사회적 개혁은 시장주의의 강화로, 이는 역사적으로 보수주의를 의미한다”며 “신자유주의 시장개혁의 결과 경제사회적 불안정성과 양극화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 금융자본의 자본시장 지배와 금융 불안정성, 투자 양극화, 분배구조 악화 등이 그 예”라고 말했다.
패널로 나선 김교흥, 이목희 두 의원간에도 인식차가 있었다. 실용 성향의 김교흥 의원은 “일부 목소리 큰 몇 사람에 의해 당이 좌우되는 모습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이제 합리적인 중도세력의 통합을 통해 부동산 대책 등 잘못된 정책이 있다면 제대로 검증하고 고쳐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재야파의 이목희 의원은 “피부에 와 닿는 개혁정책을 제도화하는데 실패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며 “우리 정책을 철저히 강화하고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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