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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만년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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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만년야당

입력
2006.06.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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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을 획득하지 못하는 정당은 그 쓸모에 회의를 부른다. 민주주의 아래 법이 인정하고 보호하는 정당의 궁극적 목적이 정권에 있기 때문이다. 정권의 반대 편에서 야당의 역할과 기능이 없을 것은 아니다.

다수 국회의원을 갖고 강력한 야당 노릇 하는 것도 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권을 다투는 선거에서 번번이 패배하는 야당이라면 무엇을 위한 야당인지 존재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만년 야당이나 하시라”는 말은 야당에게는 저주나 같다.

■지금 미국에서도 이런 논란과 의문들이 야당인 민주당에 쏟아지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공화당에 대한 사무친 염증으로 깊어 야당이 선거를 치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지만 실상은 간단치 않다.

수치 상으로는 괜찮다. 국민의 65%가 부시가 이끄는 미국이 잘못 가고 있다는 것이고, 부시의 국정지지도는 기껏해야 30%대이며, 민주당이 49% 대 33%로 공화당을 크게 앞선다는 게 최근 여론이다. 이 정도면 11월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떼어논 당상이고 2008년 대선에서 정권탈환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실 공화당은 ‘장기집권’이라 할 만한 상태다. 1994년 상하 양원을 장악한 이래 12년 간 의회를 지배하는 중이고, 지난 10번의 대통령선거에서 7번이나 승리를 기록했다. 이를 인용하며 어떤 논평은 “워싱턴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고 했다. 외교 군사 복지 등 현재 미국의 문제들은 모두 보수정치가 일으킨 문제라고도 지적된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의 정치책사(策士) 칼 로브를 정책선상에서 배제하는 등의 인사를 단행했지만 인적 개편 정도로 정권이 살아날 일은 아니라는 중론이다. 부시는 민주당 선거사무소 도청사건으로 중도 사임한 리처드 닉슨 이래 최악의 공화당 대통령으로 꼽힌다.

■그러면 민주당은 수권 정파로서 낙관이 가능한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무엇보다 정권을 자신할 만큼 중간지대 중산층의 지지를 아직 얻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죽을 쑤는 부시 정권 덕분에 가까스로 중간선거는 이길 수 있다 해도 대선을 대비하기에는 구심적 인물이나 지도력, 통일된 전력도 갖추지 못한 지리멸렬한 상태다.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는 류의 반(反)부시 기치만 있을 뿐 체계적인 정책 매니페스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지고 마는 만년야당 신세일 수 있다는 게 냉엄한 분석이다. 야당 프리미엄이 한계에 봉착한 한나라당과 비슷하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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