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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초일류 기업 - 은행,“우물안 영업은 그만” 해외진출에 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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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2주년/ 초일류 기업 - 은행,“우물안 영업은 그만” 해외진출에 명운

입력
2006.06.0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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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는다.’

대표적인 내수업종으로 꼽혀온 은행권도 최근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금융시장의 환경 역시 갈수록 대형ㆍ개방화하는 추세 속에서 한국인만을 상대로 한 ‘우물안’ 영업은 여러모로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우리 은행들의 해외영업은 현지의 국내 기업과 교민을 상대로 한 소극적인 금융서비스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통해 그 나라의 국민을 상대로 한 소매금융과 기업금융을 개발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국민은행이다. 현재 진행중인 외환은행 인수작업이 끝나면 국민은행은 자산 270조원의 세계 60위권 은행으로 커진다. 여기에 외환은행의 장점인 해외영업망을 더해 적극적인 해외공략에 나서겠다는 게 국민은행의 전략이다. 강정원 국민은행장도 지난달 이사회에서 인수계약 결의 직후 “글로벌 뱅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환은행 지분의 인수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준비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국민은행연구소 김장희 소장은 “중국 등 동남아권과 러시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권, 인도를 비롯해 중동국가까지 포괄하는 서남아권 등 아시아 지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1차 시장분석을 마쳤다”며 “권역별 구체적인 국제화 전략을 수립해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2명의 선발대가 지난달 초 서유럽과 미국의 선진금융 벤치마킹 연수를 위해 출국했다. 지난달 중순에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중국, 베트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7개 국가에 대한 지역전문가 양성 연수 프로그램인 글로벌 마인드 연수과정도 막을 올렸다. 이들 7개국은 국민은행 해외진출전략 태스크포스(TF)가 성장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판단해 진출을 검토중인 곳이다.

국민은행은 해외영업 엔진 가동과 함께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에 대한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마케팅을 통해 해외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최인규 전략담당본부장은 “국민은행이 국내에선 가장 큰 은행이지만 국제적으로는 무명 은행이나 다름없다”며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두 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를 결합해 아시아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격적인 영업 확장 정책을 펼치고 있는 우리은행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3일 미국,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등 11개국 해외영업점의 우수 외국인 직원 30명을 초청해 일주일간 현지직원 본국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본국 연수를 통해 본점과 해외지점간 심리적 간격도 줄이고 우수 직원을 선별해 향후 현지 지점장급 인사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우리은행 국제팀 정운기 부부장은 “지난해 해외 현지 직원 70명이 다녀간 데 이어 올해도 상·하반기 각각 30명이 연수를 받을 예정”이라며 “앞으로 우수 현지 직원에 대한 승진 및 연봉 인상 등 인센티브를 과감히 부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개국에 17개 해외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홍콩지역 투자은행(IB) 개설과 모스크바 사무소의 법인 전환, 미국 서부지역에 우리아메리카은행 지점 2∼3곳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조흥은행과의 합병으로 8개국 17곳에 해외영업망을 확보한 신한은행도 인도 뉴델리의 영업점 개설과 브릭스(BRICs) 지역의 소규모 현지은행 지분 참여 등을 검토하며 해외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한국동포의 상권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중국 동북3성 지역의 현지 은행을 몇 곳 인수할 계획이다. 또 미국의 소규모 은행 가운데 동남아 국적의 은행을 인수한다는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인도, 파키스탄, 두바이 지역은 제휴나 간접 투자로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하나은행 김종열 행장은 “현재 전체 자산 중 1% 수준인 국외 점포 자산을 중ㆍ장기적으로 5%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은행 CEO에게서 듣는다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보다 적극적인 해외진출 노력을 보이는 것은 강정원, 황영기 두 행장의 의지와 무관치 않다.

강 행장은 일찌감치 외환은행 인수 이후 중장기 성장전략으로 해외진출을 공언해 왔다. 현재 6개 국가에 영업망을 갖고 있는 국민은행에 외환은행 조직이 더해지면 20 여개국으로 영업망이 확대되는데 이를 새로운 성장 및 수익 창출 모델로 삼은 것이다.

그는 지난달 금융감독당국에 외환은행 인수 승인신청서를 제출한 직후 행내 특별방송을 통해 “통합 이후 국민은행이 견지할 경영방향은 아시아 금융시장을 선도할 글로벌 뱅크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의 국내 영업이 올들어 ‘전쟁’ 소리를 들을 만큼 치열한 상황에서도 그는 “국내 시장에서는 적정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며 내실경영을 추구하는 한편, 조직체계와 운영시스템을 글로벌 은행 수준으로 선진화하고 인재 교육에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대 은행으로서 국내금융시장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진정한 시장 선도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황 행장은 오랜 외국계 선진은행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의 성패는 토착화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진정한 영업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내 여행객이나 교민이 아닌, 현지인을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지점장이 교대로 근무하는 형태로는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점 개설뿐 아니라 현지 은행도 적극적으로 인수ㆍ활용하고 거기에 현지인을 고용해 핵심인력으로 키워야 한다”며 “현지인도 열심히 일하면 한국 본점의 임원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실시한 ‘외국인직원 한국 연수’ 프로그램도 이 같은 발상에서 나왔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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