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8일 콜금리를 4.25%로, 0.25%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콜금리는 올 2월 이후 4개월만에 인상돼 200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이번 인상은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하반기 경기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당장 코스피 지수는 콜금리 인상 여파로 전날보다 43.71포인트 폭락했다.
금통위가 경기 둔화 우려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콜금리를 전격 인상이란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은 무엇보다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월 1조원 안팎이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4월, 5월 모두 3조원으로 급증했고 부동산 가격도 서울 강남권 등에서 3~8%의 상승을 지속했다. 아울러 점증하고 있는 물가 상승압력과 미국 연방기금금리(현 5.0%)와의 금리 격차도 한몫을 했다. 또 지난달 콜금리 동결 요인이 됐던 원ㆍ달러 환율이 940원대에서 진정된 점도 뒷받침이 됐다.
콜금리 인상으로 하반기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날 발표된 통계청의 5월 소비자 기대지수만 해도 전달보다 2.6%포인트 하락하며 4개월째 떨어지는 등 하반기 경기가 꼭지점을 찍고 하강 국면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이번 인상으로 가계의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돼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고유가와 원화가치의 상승이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줘서 심리지표가 나쁘게 나왔으나 실제 통계에서는 경기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콜금리 4.25% 수준이 여전히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데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콜금리 인상이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대목이다. 한은이 지난해 10월, 12월, 올 2월 세 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올렸지만, 주택담보대출금은 오히려 더욱 급등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경쟁을 벌이면서 최근 들어 주택담보대출금리를 계속 인하했기 때문으로, 지난달 주택담보대출금리(5.42%)는 지난해 12월(5.41%)과 차이가 없었다.
은행들이 이날 일제히 예금금리를 0.1~0.3% 포인트 인상하면서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인상 폭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우선 이날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를 0.2% 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전날 미국발 금리인상 악재에 주저앉았던 증시는 또다시 무너졌다. 전날에는 코스닥지수가 코스피지수의 배 이상 폭락하더니 이날은 코스피지수가 3.45%(43.71포인트)나 떨어져, 양 지수가 번갈아 급락하는 ‘시소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코스피지수 낙폭은 2004년 6월 이후 2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긴축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일본은 3.1%, 대만은 4.3%, 인도는 4% 가까이 급락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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