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형준(46) 의원은 젊은 책사(策士)로 불린다. 소장파의 이름으로 이루어 낸 ‘이재오 원내대표 당선’, ‘김문수ㆍ남경필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오세훈 서울시장 만들기’가 그의 머리에서 시작됐다. 그 사이 소장파는 ‘사사건건 발목이나 잡는 천덕꾸러기’의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의 회장이기도 한 그가 요즘 새 일을 꾸미고 있다. 박 의원은 8일 소장파에다, 중도파를 자처하는 초ㆍ재선 의원을 한 데 모아 ‘당의 새로운 미래를 지향하는 의원과 원외위원장 모임’(미래모임)을 만들고, 임시 회장 격인 책임간사를 맡았다.
이 모임의 1차 목표는 7ㆍ11 전당대회에 ‘미래지향적, 개혁적 독자 후보’를 내세워 당선시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수요모임만 후보를 내면 널리 지지를 받기 어려워 세력과 뜻을 모았다”며 “독자 후보가 수요모임 소속이 아니어도 전폭 지원함으로써 이해에 매몰되지 않고 의(義)를 좇는 집단이라는 믿음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모임 안에만 최소 7, 8명이나 되는 출마 희망자들을 단일화할 현실적 방법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듯 했다. 박 의원은 “그들이 지나치게 자기 이익만 내세우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결국 출마의 뜻을 품은 의원들의 ‘희생과 결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소장파가 한껏 띄웠다가 흐지부지된 ‘당 대표 외부인사 영입론’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박 의원은 우선 “영입론의 추진 동력이 바닥 났음은 인정한다”고 했다. 그리곤 “다음 주부터 단일화 방식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며 “혹시 독자 후보 내세우기가 실패하더라도 전당대회가 지역주의 선거, 대권주자의 대리전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력의 결과를 자신하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순수성이 느껴졌다.
어쨌든 미래모임이 독자 후보를 내 대표에 당선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소장파로선 최근 굵직한 선거에서의 4연승이자, 한나라당의 최대 계파로 부상할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당내 역학구도와 소장파에 대한 그리 높지 않은 평판, 견제 심리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꿈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박 의원은 “소장파도 당의 대여 투쟁에서 열심히 싸우고 역할을 했기에 의심과 비판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정치란 대의와 명분 관철을 위해 세력을 만드는 것이므로 정당한 명분과 대의를 갖고 세를 모으는 것을 비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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