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까지 체결하며 아시아의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고 공언한 국민은행이 고객들과의 약속을 편법적으로 악용, 거액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여받았다.
시장금리에 따라 대출금리가 6개월~1년 단위로 조정되는 변동금리 주택자금 대출상품을 팔고도 금리 하락에 관계없이 당초 금리를 적용, 2002년부터 지금까지 36만 여명의 고객에게 488억원의 부담을 안긴 혐의다.
국민은행은“이 상품은 변동금리 상품이 아니라 시장금리와 여타 여건을 종합판단해 금리를 조정하는 고시금리 상품인데도 공정위가 오해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금융거래의 관행을 볼 때 눈 가리고 아웅식의 변명이자 책임회피일 뿐이다.
공정위는 “애초 계약이나 대출 안내장에 변동금리로 나와 있고 유사한 부당거래를 한 한국씨티은행이 금융감독원의 시정지도를 받기도 했다”며 이의 제기를 일축했다.‘고시금리’등 자기들만 아는 용어로 고객을 현혹시켰다는 말이다.
은행의 공익성은 물론 상거래의 신의와 공정성 측면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유가와 환율 급등락에 허덕이는 제조업 등 여타 업종과 달리 안전성 위주의 돈 장사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매번 갱신하며‘나홀로 콧노래’를 불러온 은행권, 그것도 리딩뱅크를 자처하는 은행 등에서 이 같은 불공정거래가 있었다는 것은 공분마저 낳고 있다.
올 1분기 시중은행들의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50% 이상 늘었고, 국민은행의 성장세는 136%나 된다. 이런 추세라면 은행권의 올해 순이익은 1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수수료수입 확대 등 수익구조의 선진화 덕분이라고 말하지만, 서민층을 상대로 한 예대(預貸) 마진의 확대도 큰 요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내 은행권의 해외영업과 투자은행 기능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고 보면, 서민가계와 중소기업만 쥐어짠 결과라는 얘기다. 당국의 감시에 앞서 은행권 자체의 각성이 없는 한, 금융의 글로벌화는 요원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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