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월드컵은 우리와의 시차 때문에 대부분 새벽에 경기가 열린다. 그러나 조별리그부터 잠을 반납할 가치가 충분한 빅매치가 즐비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놓치지 말아야 할 ‘빅4’ 를 소개한다.
운명의 수레바퀴 : 스웨덴-잉글랜드 (B조ㆍ21일 오전 4시ㆍ쾰른)
신은 스웨덴과 잉글랜드를 다시 한데 묶었다. 2002년에 이어 이번에도 한조에 편성된 것. B조 2위팀은 16강전에서 껄끄러운 상대인 개최국 독일과 만날 가능성이 크기에 두 팀 모두 조1위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바이킹 징크스’에 시달려온 잉글랜드로서는 축구 종가의 자존심이 달렸다. 잉글랜드를 이끄는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스웨덴 출신인 것도 아이러니.
잉글랜드는 1968년 이후 맞대결에서 단 한번도 스웨덴을 꺾지 못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의 두차례 대결에서 득점없이 비겼고, 92년 유럽선수권 본선에서는 1-2로 덜미를 잡혔다. 99년 유로2000 예선에서도 1무1패로 열세. 2002 월드컵 조별리그서는 고전 끝에 1-1로 비겼으며 가장 최근 맞붙은 2004년 3월 친선경기서도 0-1로 패했다.
양팀 전력은 난형난제. 스타 파워에서는 잉글랜드가 앞서지만, 스웨덴의 탄탄한 조직력도 만만치 않다. 잉글랜드는 부상으로 조별리그 출전이 불투명한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외하더라도 데이비드 베컴(레알 마드리드), 프랭크 램퍼드(첼시), 스티븐 제라드(리버풀), 마이클 오언(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스타들이 즐비하다.
반면 스웨덴은 선수들 이름값은 덜하지만 공수 밸런스는 유럽 최고 수준이다. ‘빅3’인 이브라히모비치(유벤투스), 헨릭 라르손(FC 바르셀로나) 프레데릭 융베리(아스널) 가 이끄는 공격진은 지역예선에서 모두 30골을 터트렸고, 올라프 멜베리(아스톤 빌라)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은 10경기 동안 단 4골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별들의 전쟁, 아르헨티나-네덜란드(C조ㆍ22일 오전 4시ㆍ프랑크푸르트)
조별리그 최고의 빅매치. 결승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FIFA 랭킹3위 네덜란드가 시드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조추첨을 통해 아르헨티나와 한조가 되고 말았다.
특히 4년 전 잉글랜드, 스웨덴, 나이지리아와 죽음의 F조에 속해 예선탈락했던 아르헨티나로서는 반복된 불운이 원망스러울 수 밖에 없다. 네덜란드는 2002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아일랜드에 덜미를 잡혀 아예 본선진출에 실패하는 망신을 당했기에 이번 월드컵에 대한 의욕이 더욱 크다.
두 팀의 경기는 월드컵사에 길이 남을 ‘별들의 전쟁’이 될 전망이다. 아르옌 로벤(첼시), 로빈 반 페르시(아스널), 루드 반 니스텔루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ㆍ이상 네덜란드)와 에르난 크레스포(첼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파블로 아이마르(FC 발렌시아ㆍ이상 아르헨티나) 등 양팀에 포진한 스타들은 일일이 거명하기도 힘들 정도다. 네덜란드 간판 스트라이커 반 니스텔루이와 아르헨티나 신동 메시의 신구 스타 대결도 큰 관심사.
아르헨티나는 1978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그러나 1998년 프랑스월드컵 8강전에서는 네덜란드가 2-1로 이겨 설욕을 했다.
창과 방패의 대결, 이탈리아-체코(E조ㆍ22일 오후 11시ㆍ함부르크)
체코는 지역예선 14경기에서 장신 스트라이커 얀 콜러(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브라티슬라프 로크벤치(잘츠부르크), 토마스 로시츠키(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이 모두 37골을 작렬해 유럽 예선 출전국 중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반대로 이탈리아는 ‘카테나치오(빗장수비)’로 잘 알려진 세계 최고 수비팀. 파올로 말디니(AC 밀란)가 2002월드컵을 끝으로 대표팀을 떠났지만 알렉산드로 네스타(AC 밀란), 파비오 칸나바로(유벤투스), 마르코 마테라치(인터 밀란) 등 베테랑들이 지키는 방어선은 여전히 튼실하다. 세계 최고 골키퍼로 꼽히는 양국 수문장 페테르 체흐(체코ㆍ첼시)와 지안루이지 부폰(이탈리아ㆍ유벤투스)의 대결도 관심거리.
이탈리아와 체코는 19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도 같은 조에 편성된 적이 있다. 당시 이탈리아에게 0-2로 완패한 체코로서는 16년 만의 설욕 기회. 최근 맞대결에서도 체코는 우위를 보였다. 96년 유럽선수권에서 이탈리아를 2-1로 격파한데 이어 2002년 친선경기에서도 1-0으로 승리했다. 2004년 열린 친선경기에서는 두 골을 주고 받으며 무승부를 기록.
'어게인 2002'를 위한 관문, 한국-스위스(G조ㆍ6월24일 오전 4시ㆍ하노버)
조별리그 마지막날인 6월24일. 하노버 니더작센 스타디온에서 16강을 위한 한국의 마지막 승부가 벌어진다. 한국과 스위스가 여러가지로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도 흥미롭다. ‘정상의 팀’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누구도 얕볼 수 없는 다크호스다.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아스널)나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 같은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는 없지만 조직력을 앞세운 짜임새 있는 축구로 강호들에 맞선다는 점도 닮은 꼴이다. 심지어 대표팀 유니폼 상의 색깔도 붉은색으로 같다. 양팀의 승부는 결국 조직력에서 결판이 날 것이라는 게 축구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젊은 피’들의 재대결도 흥미롭다. 한국은 지난해 6월 네덜란드 세계청소년선수권 조별리그 1차전서 스위스에 1-2로 패했다. 2차전에서 나이지리아를 격파했지만 결국 스위스와의 패전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고 최종전에서 브라질에 패해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박주영 백지훈(이상 FC 서울), 김진규(주빌로 이와타) 등 당시 멤버들에게는 ‘복수전’이 되는 셈이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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