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무게로 달아 봉지에 넣어 판다. 수족관에는 자라와 장어가 기어 다닌다.
재래시장 풍경이 아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대형할인점의 모습이다. 재래시장에 익숙한 중국 소비자의 성향에 맞춘 ‘현지화’ 전략이다.
최근 세계 유통 공룡인 월마트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월마트가 1990년대 초반부터 해외시장 확장에 나선이래 패퇴하기는 처음이다. 현지화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정확히 말하면 세계화와 현지화 전략을 균형 있게 구사하지 못한 탓이다.
글로벌 기업에게는 상품 도입부터 판촉, 영업에 이르기까지 표준화한 전략이 필수다. 또 개별 시장에서 소비자 요구에 맞는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 월마트의 철수는 까다로운 한국 아줌마를 고려하지 않고 매장배치나 판매전략을 너무 표준화한 기준에만 매달린 결과다.
소프트웨어(SW)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SW 산업이 점점 서비스화 돼가는 상황이어서 세계화와 현지화 전략의 균형감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프로세스의 효율성,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투명성 등 SW 산업의 기본적인 속성을 고려한다면 세계화 측면이 강하다. 인터넷의 발달로 세계화 전략은 점점 더 그 중요성이 부각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접점에서 현지화 전략을 배제해서는 결코 안 된다. 오히려 SW분야는 타 정보기술(IT) 제품에 비해 몇 곱절의 노력이 필요하다. 핸디소프트는 미국에서 첫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현지화 하는데 3년이 걸렸다. 현지에 맞는 매뉴얼 제작이나 서비스 등 현지화 전략을 위해 투자한 금액이 1,000만 달러에 이른다.
엔씨소프트는 북미에서 온라인 게임의 성공을 위해 아예 현지 개발팀을 꾸렸다. 이처럼 세계화와 현지화는 글로벌 시대에서 동거동락 해야 한다. 월마트의 철수가 세계화와 현지화의 균형 감각이 없다면 아무리 강한 기업도 살아 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않았는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고현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