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최고위원과 재야파가 독배라면서도 비대위원장에 강하게 집착하는 데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담겨있다.
김 최고위원측은 일단 “당을 살리기 위한 충정”이라고 강조한다. 측근인 우원식 의원은 6일 “지금 상황에선 당을 안정적으로 수습하는 게 진실로 책임지는 자세”라며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그냥 물러나는 건 차라리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이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통감하지만 당이 공중분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비대위원장을 맡으려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측근 의원도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든, 어떤 식의 해법을 내놓든 계파갈등 등 당내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며 “그렇다고 이를 방치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거들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당을 살리기 위해 김 최고위원 개인으로는 독배인줄 알면서도 마시겠다고 자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김 최고위원이 나름대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재야파 리더답게 여권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되지만 정작 지지율은 고작 1~3%에 불과한 현실에서 현 위기국면을 반전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김 최고위원은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라며 “최악의 상황인 만큼 비대위원장을 맡아 어느 정도만 당을 추스려도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범여권의 통합 등 정치권 변화에 대비해 구심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중도 엿보인다. 당권을 쥐고 있을 경우 정계개편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야파의 한 핵심브레인은 “2007년 대선 일정을 감안하면 정치권이 가장 요동칠 시기는 올 하반기일 것”이라며 “시기적으로 하반기 집권여당의 수장을 맡는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재야파 일각에선 “김 최고위원이 당을 맡으면 개혁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강하다. 재야파의 한 중진의원은 “그간 당권을 장악해온 실용파는 말로만 민생과 개혁을 외쳤다”면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에서 일관성과 추진력을 보여주는 게 등돌린 민심을 어루만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측이 정동영 전 의장 사퇴 직후 좌고우면하다 의장 승계 시점을 놓친 마당에 비대위원장직에서까지 밀려날 경우 정치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것이란 현실적 다급함도 없진 않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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