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3편의 응모작에는 한결같이 사람살이의 빛과 그늘, 고단함과 슬픔과 기쁨이 다양하게 배어 있었다. 가족간의 갈등,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의 암울한 터널, 가난과 병고와 가정의 파탄이라는 이중 삼중의 짐을 끌어안고 힘든 삶을 견디며 살아내어 마침내 희망의 빛을 건져올린 기록들이 때로 눈물겹게 때로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실제 삶의 이야기인 만큼 사연의 곡진함이나 무게가 모두 만만치 않았으나 규정에 따라 다섯편을 골라 선에 넣었다.
‘아름다운 나의 어머니’는 어릴 때 집 나간 생모를 결혼 후에야 비로소 만나면서 갖게 되는 착잡하고 복잡한 마음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잔잔하고 아련하게 표현한 글이다. 극적인 상황에 대해 과장이나 감상 없이 자신의 마음을 충실히 들여다보면서 써내려 간 점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었다.
‘두 배로 소중한 아이’는 미숙아를 입양하여 심신이 건강한 성인으로 기르기까지의 극진한 모정의 기록이다. 아이가 겪는 어려움이나 어떤 모녀간에나 반드시 있을 법한 사소한 갈등이나 심리묘사가 곁들였다면 좀더 실감나는 글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소아암을 이겨내며’는 어린아이의 뇌종양 발병으로부터 수술 후 완치에 이르기까지의 절망적인 부모로서의 심정과, 감당하기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삼스레 깨닫게 된 가정의 소중함을 따뜻하고 진솔한 문체로 그리고 있다.
‘이것 역시 곧 지나가리라’는 인생의 의무에 충실했고 이제부터는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리라 꿈꾸던 어느날 느닷없이 난소암 선고를 받은 사람의 투병과정과 마음의 움직임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간, 마침내 삶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깨닫고 밝은 웃음을 찾기까지의 기록으로 ‘죽음의 날개가 스쳐간’ 사람만이 지닐 수 있을 법한 맑은 눈과 겸허함이 감동적이었다.
‘더불어 만드는 행복세상’은 아마도 현대사회의 많은 어머니와 아이들이 당하고 있을 고통, 아토피와의 처절한 싸움을 그리고 있다. 견딜 수 없이 괴로워하는 어린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애타는 심정과 강인한 의지가 더할 나위 없이 절실하고 곡진하게 나타나 있다. 아이의 고통을 통해 넓어지고 깊어지는 사랑의 마음, 시련을 통해 내가 처해 있는 곳보다 더 낮은 곳, 더 어려운 곳으로 향하는 눈을 갖게 되는 과정이 눈물겹다.
남다른 용기와 의지와 인내로 감내하기 힘든 어려움들을 이겨낸 분들의 기록인지라 우열을 가리는 일이 큰 의미가 있을까만 논의 끝에 ‘더불어 만드는 행복세상’을 최우수작으로, ‘소아암을 이겨내며’와 ‘이것역시 곧 지나가리라’를 우수작으로 ‘두 배로 소중한 아이’ 와 ‘아름다운 나의 어머니’를 가작으로 뽑게 되었다.
오정희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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