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치러진 페루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좌파인 알란 가르시아(57) 후보가 승리했다.
5일 84%가 개표된 현재 아메리카 인민혁명 동맹(APRA) 소속 가르시아 후보가 54.7%를 얻어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급진좌파 성향의 ‘페루를 위한 동맹(UPP)’ 소속 오얀타 우말라(43) 후보는 45.3%에 머물고 있다.
가르시아는 과거 집권 때 극단적 좌파정책으로 실정한 ‘실패한 대통령’ 경력이 있다. 이번에 그는 ‘책임 있는 변화’와 온건노선을 내걸어 재집권에 성공했다.
4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우말라는 페루의 ‘차베스 축’으로 불리는 급진 좌파.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함께 남미 좌파 3인방으로 불린다. 페루 유권자들은 두 사람 가운데 자유시장 정책유지 등을 내건 가르시아를 지지, 이념보다 실리를 선택했다.
외면상 가르시아의 승리로 1999년 이후 베네수엘라를 시작으로 한 남미 좌파정권은 9개국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같은 실용좌파이며, 반미ㆍ민족주의 성향의 극좌 포퓰리즘 정권과는 선을 달리한다. 차베스로선 지난달 29일 콜롬비아에서 보수 우파 알바로 우리베 정권이 탄생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타격을 입었다.
가르시아의 승리는 차베스가 주도하는 남미 급진좌파에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도 크다. 우리베에 이어 가르시아는 차베스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반 차베스 전선이 확대될지 여부는 다음달 2일 멕시코 대선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우말라의 패인은 급진정책을 우려한 중산층과 보수파가 가르시아 지지로 돌아선 때문이다. 그는 보수세력 타파와 자연자원 국유화, 토지 재분배 등 급진정책을 내걸어 1차 투표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선거 막판 칠레-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파기를 요구한 차베스의 발언은 좌파 경계감을 높여 우말라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연초 후광효과를 노리고 차베스를 찾아가 사진찍기를 연출했던 우말라로선 차베스 역풍에 희생된 셈이다. 그는 ‘지옥에나 가라’며 차베스와 선긋기를 했지만 너무 늦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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