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우호정(40)씨는 지난 주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32평형짜리 아파트를 계약하러 갔다가 헛걸음만 하고 돌아왔다. 5억2,000만원에 매물로 나온 것을 확인한 것이 불과 10여일 전이었지만 정작 가격을 절충하기 위해 중개업소에 들렀을 때에는 집주인이 호가를 6억원으로 올리며 매물을 거둬갔기 때문이다.
여당의 '5ㆍ31' 지방선거 참패를 계기로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버블 붕괴 경고 이후 호가가 떨어지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선지 채 2주도 되지 않아 여당의 부동산 정책 재조정 움직임이 일면서 벌써부터 가격이 들썩거리고 있는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일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3ㆍ30 대책 이후 나오기 시작했던 급매물이 최근 대부분 회수됐다. 내려가던 호가 약세도 멈췄다. 개포주공1단지 13평형은 지난달 말까지 6억2,000만원까지 호가가 떨어진 채 급매물이 나왔지만 이 달 들어서는 저가 매물이 회수되기 시작하며 6억3,000만원 이하 매물을 찾아볼 수 없다.
개포동 태양공인 관계자는 "서울시장 당선자가 재건축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부터 호가 하락세도 그쳤다"면서 "규제 완화에 거는 기대 심리 때문에 가격도 반등세로 돌아서려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잠실주공5단지 34평형도 선거 전 10억5,000만원까지 떨어졌으나 이 달 들어서는 일부 매물이 2,000만~3,000만원 올라 다시 나왔다. 잠실동 K공인 관계자는 "잠실주공3단지 33평형의 경우 3ㆍ30 대책 이후 8억5,000만원선이던 시세가 최근까지 이어져 왔으나 지방선거 후에는 호가가 최고 8억8,000만원선까지 오른 매물로 대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본격적인 상승 반등으로 보긴 어렵지만 여당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위해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이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건축등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풀어줘 강남권 주택공급에 숨통을 터주고, 입주민들의 불편도 해소해줘야 한다는 데 상당수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이 전면적으로 후퇴할 경우 그 동안 시장 안정을 위한 쌓은 현 정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으므로 단계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과도한 부동산 세금과 재건축 규제는 어느 정도 완화해줘야 하지만 자칫 시장에 '규제 끝'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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