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8월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윤모 군은 김모 군 등 친구 5명과 함께 강원 고성에 있는 가진리 해수욕장에 놀러갔다.
윤 군 등은 무릎 아래 높이의 바닷물에 들어가 밀려오는 파도에 부딪혀 버티거나 넘어지는 방법으로 물놀이를 했고 30~40여분 동안 놀면서 점점 깊은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중 이들에게 갑자기 커다란 파도가 밀려왔다. 당시 제일 깊은 곳에 서 있던 김 군이 파도에 넘어져 깊은 바닷물 속으로 쓸려 들어갔고 김 군은 목 높이까지 오는 바닷물 속에서 계속 허우적댔다. 김 군은 누군가 물 속에서 자신의 발을 받쳐 위로 밀려올리는 느낌을 받은 뒤 몸이 물 위로 떠올랐고 배영을 해 간신히 바닷가로 빠져 나왔다.
하지만 파도가 밀려올 때 김 군보다 바닷가쪽에 있던 윤 군은 사라졌고 사고가 난 지 1시간이 지난 후에 사망한 채 발견됐다. 김 군은 사고 직후 “물 속에서 내 발을 받쳐준 것은 윤 군 같다”고 말했다.
윤군의 아버지는 이후 친구를 구하고 사망한 아들을 의사자로 인정해달라며 의사자보호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 역시 “김 군의 진술들은 추측이거나 제3자가 추측한 것을 전해들은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특별9부(부장 김진권)는 “김 군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추측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진술이 다소 엇갈리고 있지만 김 군이 어린 나이에 경황이 없고 표현력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설사 다리를 밀어올리지 않았더라도 윤 군이 김 군 등을 구하기 위해 바다 쪽으로 들어갔으므로 이는 타인의 생명을 구하려는 행위가 개시된 것으로 보기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