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요금 책정은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
정보통신부가 그 동안 일관되게 추진해온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비대칭규제 정책이 조만간 바뀔 전망이다. 취임 두 달을 맞은 노준형(52ㆍ사진) 정보통신부 장관은 5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가 요금 정책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들의 자율적인 시장 경쟁을 통해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통신정책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요금 경쟁을 정부 규제보다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새로운 통신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정통부는 지금까지 후발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SK텔레콤과 KT 등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된 업체들은 요금 신설 및 변동 시 사전 승인을 받도록 규제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정통부의 비대칭규제 정책이 바뀔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들도 자율적인 통신요금 책정이 가능해 요금 인하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인 새로운 통신정책의 골자는 어떤 것인가.
"통신서비스에 대한 규제 정책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통신시장은 가입자가 1994년에 96만명에서 현재 3,800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 동안 비대칭규제 정책에 따라 보호 받은 후발 사업자 가운데 KTF는 누적 적자가 해소됐고, LG텔레콤도 누적 적자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이제 통신시장은 불균형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 (지배적 사업자를 포함해) 전체 업체들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도약하기 힘든 시점에 왔다.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에 주안점을 두겠다."
-비대칭규제를 재검토하겠다는 뜻인가.
"경쟁 촉진 정책은 일관되게 유지한다. 다만 업체간의 시장 경쟁을 통해 소비자가 부담이 적은 통신요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배적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거나 합리적인 이유없이 다른 업체의 경쟁을 제한할 경우 엄격히 규제할 생각이다."
-통신위원회의 기능 강화도 같은 차원에서 이루어지나.
"앞으로 통신ㆍ방송 융합 등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면 통신위의 할 일이 많아진다.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규제를 비롯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업무가 추가될 것이다. 여기 맞춰 정통부 정원 내에서 직급 변동을 포함한 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우정사업본부의 우정청 승격 문제도 걸려 있다.
"우정청 승격은 올해 하반기에 꼭 이뤄진다. 57조원의 자금을 운영하는 곳인 만큼 책임에 상응하는 권한을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기적으로 물량이 줄어드는 우편 사업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경영성과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우편과 금융을 각각 다른 특별회계로 분리, 운영토록 할 생각이다."
-올해 최대 화두가 될 통ㆍ방 융합 문제는 어떻게 풀 생각인가.
"통ㆍ방융합은 통신의 광대역화, 방송의 디지털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방송의 디지털화가 빨리 이뤄져야 통ㆍ방융합 서비스가 자리를 잡는다. 이를 위해 방송위원회와 협조할 생각이다. 인적 교류를 제안했는데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 3기 방송위가 구성되면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범 사업이라도 빨리 시작하자고 제안하겠다. 시범 사업을 해보면 논의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미 KT의 인터넷TV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다."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이 시급한데.
"정보기술(IT)이 모든 산업의 인프라가 됐듯이, 소프트웨어는 IT의 인프라다. 자동차를 만들어도 37%는 소프트웨어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공해야 일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로 도약,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이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보다 더 크고 중요하며 그만큼 어려운 산업이기도 하다.
소수의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분야가 있다. 게임콘텐츠, 전자정부 구축을 위한 시스템통합(SI) 등은 우리가 강점이 있다. 특히 정부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업체들이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기획예산처, 조달청등과 협조, 정부조달부문에서 적정수준의 가격으로 소프트웨어 구매가 이뤄지도록 입찰방안 개선을 추진하겠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상(FTA)에서 통신서비스 분야도 주요 쟁점의 하나인데.
"우리처럼 정부가 기간통신사업자의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또 외국인들이 기간통신사업자의 지분을 47%나 갖고 있는 나라도 드물다. 반면 미국은 무선통신사업의 경우 외국인 투자지분을 20%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협상테이블에서 왜 미국은 20%밖에 개방하지 않느냐고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 농산물 시장 때문에 통신서비스를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글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사진 홍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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