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습이 신디 크로포드와 나오미 켐벨보다 훨씬 멋있지 않았나요.”
5일 오후 ‘여성장애인 패션 페스티벌’이 열린 충남 천안시 천안시민회관. 패션쇼가 끝나자 모델로 참가한 여성 지체장애인 40명의 얼굴에는 큰 일을 해냈다는 기쁨과 흥분이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문밖 출입도 쉽지 않던 여성 지체장애인들이 TV나 잡지에서 보던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관객 수백명의 시선과 찬사를 받으며 모델 데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패션쇼 시작을 알리는 안내와 함께 여성 지체장애인 모델 4명이 무대에 나타나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모델들은 경쾌한 힙합음악이 흐르자 휠체어와 목발에 의지한 채 어깨를 움직이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무대 좌우로 흩어졌다 모이고, 이어 다시 흩어지는 동작을 반복했다. 한 지체장애인은 도우미의 안내를 받으며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모델들의 위킹은 불편한 몸과 보장구 때문에 전문모델과는 차이가 많았다. 그러나 구슬땀이 흐르는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일반인이 표현할 수 없는 색다른 포즈를 펼칠 때마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과 관객들은 탄성을 토했다.
국내 유일의 여성 지체장애인 패션쇼인 이 행사는 올해로 4회째. 호서대 안정숙(39ㆍ여ㆍ뷰티디자인전공) 교수와 충남여성장애인연대가 여성 지체장애인의 사회인식변화를 위해 시작했다.
이번 패션쇼에서는 ‘아름다운 울림’이란 주제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웨딩드레스에 접목한 작품 등 80점이 선보였다. 핑크빛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모델 이연경(31ㆍ여ㆍ지체장애1급)씨는 “떨리고 걱정스러웠지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이 기쁘다”며 “장애인도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편 아들 딸과 함께 모델로 나선 방주영(35ㆍ여ㆍ지체장애2급)씨는 “결혼 때 입은 웨딩드레스보다 훨씬 더 예쁜 옷을 입었다”며 “가족사진도 새로 찍었다”며 기뻐했다. 도우미로 나선 호서대 학생 50명도 모델들의 이동과 옷갈아 입기, 의상과 액세서리 준비, 메이크업 등을 도와주느라 애를 썼다.
출품작 모두를 디자인하고 제작한 안 교수는 “장애인을 동정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깨뜨리고 장애인도 아름답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 큰 의미”라고 말했다.
천안=글ㆍ사진 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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