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유력한 차기 일본 총리 후보인 아베 신조(安倍三晋ㆍ52) 관방장관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향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선거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과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객관적으로 아베 장관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일본의 차기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 문제 등으로 훼손된 근린 외교를 어떻게 재건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야스쿠니 문제에 대한 아베 장관의 최근 인식은 답답함을 넘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아베 장관은 4일 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문제로 인한 중일간의 갈등을 중국의 반일교육 탓으로 돌렸다. “야스쿠니 문제로 중국이 물러서면 중국 정권이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설명도 친절하게 덧붙였다. 그는 또 총재선거에서 야스쿠니 문제를 쟁점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후쿠다 전 장관이 고이즈미식 아시아 외교에 대해 “감정적”이라고 비판하자 “대화를 가장 중시하고, 또 이를 원하는 총리의 태도는 극히 이성적”이라고 반박했다.
아베 장관의 일련의 인식 표명은 나름대로 일관성을 띠고 있다. 자신을 전격 발탁해 국민적인 스타로 키워준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배려성 발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자신도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를 방문하겠다며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의 언행이 이처럼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어서는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 야스쿠니 문제가 현실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외교현안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포스트 고이즈미’의 출발점이다.
김철훈 도쿄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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