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일 정책홍보토론회에서 “선거 패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은 ‘마이웨이’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국정운영의 방향이나 주요 정책의 기조를 바꾸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나는 항상 역풍 속에서 선거를 치렀지만 대통령이 됐다”는 언급에서도 잘 드러난다. 선거 참패로 드러난 민심을 ‘역풍’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쉼 없는 개혁 추진으로 국민들 사이에 피로가 누적됐고 그것이 선거 참패라는 역풍으로 나타났지만, 그렇다고 그에 영합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 두 번의 선거로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아니며 제도나 의식, 문화 수준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대목은 노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참여정부의 정책이나 제도를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부동산 정책들을 무조건 깨뜨리면 부동산 투기업자의 승리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접근법은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쇄신책을 마련한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대선 직전 정몽준 의원이 지지를 철회했을 때 주변에서 화해를 권하자, 노 대통령은 “차라리 낙선하는 일이 있더라도 정 의원을 찾아갈 수 없다”고 버티기도 했다.
물론 이런 자세가 “원칙을 고수하는 스타일”이라는 박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전자가 아니라 대통령이다. 독선과 오만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열린우리당이 선거 참패를 수용, 국정기조의 변화를 추진하는데 대해 노 대통령은 사실상 ‘노(NO)’라고 선을 그었다고 볼 수 있다. “선거보다 제도가 더 중요하다”는 언급은 우리당이 계속 변화를 요구하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여러 차례 “먼저 당을 떠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우리당이 제도나 주요 정책의 변경을 요구하면 당과의 결별을 결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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