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사진을 보면서 예쁘다거나 멋있다는 말을 웅얼거려야 할 때가 있다. 지갑에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넣어 다니는 사람이 있고, 사진을 그렇게 지니고 다니는 것으로 모자라 만나는 사람마다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형부도 그런 사람이었다. 작은 조카애가 태어난 날 형부와 나는 병원 복도에 있었다. 담당 간호사인 수녀님이 지나가다가 형부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기쁨으로 상기된 얼굴로 형부가 감사의 말을 외치며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감사 헌금을 건네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형부는 지갑을 열어 수녀님에게 사진 하나를 보여주며 자기 큰애라고 자랑스레 소개했다. 단지 사진을 보여주려고 지갑을 열지는 마라. 오해 받을 소지가 있다.
내 지갑 속 사진이라곤 주민등록증에 박힌 내 사진뿐이다. 지금 주민등록증 사진도 그저 그렇지만, 예전 것은 동사무소에서 무료로 찍어줘서인지 성별을 알 수 없게 흉악한 현상수배범 같은 모습이었다. 은행이나 관공서에서 신분증을 보여줘야 할 때면 얼마나 창피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언젠가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다른 건 아까웠지만, 그 주민등록증이 사라져서 속이 다 시원했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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