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강진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수십만명의 이재민들이 조류 인플루엔자(AI) 공포로 떨고 있다.
현지에서 피해 복구작업 중인 국제구호단과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들은 4일 살아남은 이재민 중 상당수가 AI에 감염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64만7,000명의 주민들이 집을 떠나 임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이들이 AI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임시로 마련한 텐트로는 열대성 폭우를 피하지 못하는데다 날씨가 워낙 무더워 병원균이 확산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멜린의 욜란다 바유고 보건국장은 “반툴에서만 가금류를 키우던 곳에 임시로 거처하는 사람이 최소한 100명에 달하고 있다”며 “이들이 AI나 살모넬라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 AI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가 AI 의심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 간호사가 AI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될 경우 동물이 아닌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감염된 첫 사례가 된다.
인도네시아 관영 안타라통신은 3일 서부 자바주 주도 반둥의 병원에서 AI환자를 돌보던 여성 간호사가 지난 1일 고열 등 AI 유사증세로 입원했다고 보도했다.
이 간호사가 입원한 반둥 병원의 AI 환자 전담 의료진은 “그녀가 1일 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체온이 39.6도까지 올라갔으나 지금은 37도로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WHO는 지진 피해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질병 발생 여부를 추적하는 ‘질병 감시체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WHO 소속 역학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해 이재민들의 보건상황을 대면상담을 통해 확인하고, 문제 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활동도 진행하게 된다.
또한 지진 피해지역인 족자카르타 등 중앙 자바지역 6개 마을에서 이재민 650여명이 구호 식량을 먹은 뒤 식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재민 수만명이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해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 보도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공식 집계된 지진 사망자가 6,234명이며, 부상자는 4만5,000명이라고 밝혔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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