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운동(6·4 사건) 당시 맨몸으로 탱크를 막아 '20세기 위대한 영웅'으로 불리는 왕웨이린(王維林)의 생사와행적이 확인됐다고 홍콩의 밍바오(明報)가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왕웨이린이 중국 정부의 추적을 피해 대만에 정착, 현재대만 남부에서 타이베이 고궁(故宮)박물관의 고문으로 일하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왕은 89년 6월 5일 톈안먼 광장으로 들어오는 탱크 4대를 맨몸으로막아낸 장면으로 항쟁의 상징적 인물로 떠올랐지만 이후 종적을 완전히 감췄다. 타임 등 서방 언론들은 왕웨이린에게'20세기 위대한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이에 따라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톈안먼 사태 직후 장쩌민(江澤民) 당시 국가주석이 밀령을 내려왕웨이린을 찾았고, 비밀리에 그를처형했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하게나돌았다.
왕의 친구인 홍콩의 한 교수에 따르면 후난(湖南)성창사(長沙)에서 중국의 대표적 고분인 마왕퇴(馬王堆) 고고학 발굴단 단장으로 일했던왕은 민주화운동때상경, 베이징노동자 자치연합회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6월 5일 일렬로 전진해 들어오는탱크를 막았고 다음날 동료들의 도움으로 베이징을 빠져나갔으며, 이후 모처에서 3년 7개월 동안 몸을숨겼다.
왕웨이린이라는 이름도 발굴단으로 일하던 시기에 사용했던가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홍콩을 거쳐 대만으로 간 그는 결
혼까지 했으며 현재 건강이 그다지좋지 않지만 자신의 처지를 공개함으로써 당시 외쳤던 민주와 자유의이상을 중국 인민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편 당시 운동 지도자로 활동하다 10년의 옥고를 치른 뒤 미국으로 망명한 왕단(王丹)은 톈안먼 사태 17주년을 맞아 "톈안먼 시위의기억들이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항쟁의 의미가 재평가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왕단과 함께 학생지도부를 구성했던 왕쥔타오(王軍濤)는 91년 정부전복 음모 혐의로 체포돼 13년형을선고 받고 복역하다가 94년 미국으로 건너가 최근 미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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