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부동산ㆍ세금 정책의 개선’ 의사를 밝혔다.
여기서 ‘개선’이란 당연히 세부담의 완화일 게다. 짐작하건대 여당은 민심이반의 중요 원인 중 하나가 부동산 관련 세부담의 급증, 그러니까 소위 ‘세금폭탄’에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하지만 부동산 과세강도를 누그러뜨려 떠난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맥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것이다.
물론 부동산 문제가 우리당의 발목을 잡아 끌었음은 틀린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여당을 추락시킨 그 부동산문제의 본질은 세금폭탄이 아니라, 바로 집값 폭등이었다는 점이다. 중산층, 특히 확고한 지지층이던 서민들이 등을 돌리게 된 것도 사실은 세금 무게에 짓눌려서가 아니라, 가장 반(反)서민적이고 역(逆)분배적인 집값 폭등을 정부여당이 이 지경으로까지 만든 데서 시작된 것이다.
지금 같은 중산ㆍ서민층 정서라면 세부담 완화를 ‘선물’한다 해도 마음을 돌릴 것 같지는 않다. 우리당이 행정수도를 ‘선사’했음에도 충청권 유권자들은 오히려 수도이전에 반대한 한나라당을 찍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인기회복 역시 세금‘폭탄’을 ‘수류탄’ 정도로 바꾸는 것이 아닌, 꺼지지 않는 투기심리를 보다 확실히 진압해 집값 자체를 민심이탈 이전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데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버블을 못 걷어내면 경제안정은 꿈도 못 꾼다. 현 시점에서 완화 운운하는 것은 겨우 눌러놓은 부동산가격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아무리 선거충격이 크고 사정이 다급하다 해도, 원내 다수당이자 집권 여당이 이런 잘못된 처방전을 써서는 안될 일이다.
이성철 경제부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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