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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虎선생 '포효'에 멧돼지떼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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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虎선생 '포효'에 멧돼지떼 '절규'

입력
2006.06.06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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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르렁, 어흥~어흥~”

4일 낮 12시 농촌체험마을인 전남 강진군 성전면 대월마을. 한적한 산골 마을에 느닷없이 우렁찬 호랑이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자 마을 곳곳에서 농사체험을 하던 참가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 ‘호랑이 굴’ 전설이 내려온다는데 진짜 호랑이가 사는 것 아니야?”

일손을 멈추고 하나 둘씩 체험장을 빠져나가던 참가자들은 “야생 멧돼지를 쫓기 위해 틀어 놓은 녹음소리”라는 주민들의 설명이 이어지자 그때서야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날 농사체험 참가자들을 공포에 몰아 넣은 호랑이 울음소리의 진원지는 마을에서 1.2㎞떨어진 월각산(해발 456㎙) 중턱에 있는 길이 8㎙의 ‘호랑이 굴’.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 4월부터 이 굴 앞에 직경 1㎙의 울림통이 딸린 고성능 스피커 2개를 설치, 매일 낮 12시와 오후 9시 각각 10분씩 호랑이 울음소리를 틀고 있다.

야생 멧돼지의 농작물 습격을 막아내기 위해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짜낸 것이다. 63가구 160여명이 사는 산기슭 외딴 마을인 이 곳에는 1주일에 3~4차례 멧돼지의 ‘만행’이 계속돼 주민들이 몸살을 앓아야 했다. 결국 참다 못한 주민들은 660여 만원을 들여 광주의 한 음향제작사에 호랑이 울음소리 제작을 의뢰했고, 수 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진짜와 거의 흡사한 호랑이 울음소리를 만들어 틀기 시작했다. 이 호랑이 울음소리는 진짜로 착각할 정도로 실감난다. 지난달 말 마을 뒷산에서 고장 난 전화선 복구작업을 하던 KT의 한 직원이 호랑이 울음소리에 놀라 작업을 하다 말고 허겁지겁 마을로 뛰어내려오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농촌전통체험에 참가했던 심영일(56ㆍ서울 강북구)씨는 “밤에 운동 삼아 마을 주변을 산책하다가 호랑이 울음소리에 놀라 민박집으로 황급히 되돌아 갔다”며 “어찌나 울음소리가 똑같든지 등에 식은땀을 흘렸다”고 말했다.

산속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호랑이 울음소리의 효과는 예상외로 대단했다. 호랑이 울음소리를 틀고 난 뒤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출몰하던 멧돼지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스피커가 고장 나면서 호랑이 울음소리를 보름동안 틀지 못하자 또 다시 멧돼지들의 습격이 시작돼 호랑이 효과가 입증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 마을에는 멧돼지 습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전국의 자치단체로부터 호랑이 울음소리를 녹음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이들 자치단체의 부탁을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수 차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 낸 호랑이 울음소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데다 이 노하우를 다른 지자체에 알려줄 경우 호랑이 울음소리를 특화한 농촌 체험프로그램도 퇴색하기 때문.

농촌체험 테마마을 추진위원장 이윤배(56)씨는 “다른 마을에 없는 호랑이 울음소리를 체험하기 위해 해마다 전국에서 5,000여명의 농촌체험 참가자들이 마을을 찾고 있는 데다 농작물 피해까지 줄어들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박경우 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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