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두의 ‘오늘 밤 외로우신가요?(Are You Lonesome Tonight?)’ 사진전
서울 소격동 국제 갤러리 2층, 엘비스 프레슬리의 ‘오늘 밤 외로우신가요?(Are You Lonesome Tonight?)’가 고즈넉하게 흘러나온다. 가운데에는 앙상한 나무와 벤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리허설장에라도 온 걸까?
# 풍경과 인공의 연출… "사진으로 창조한 작업"
“이 무대의 배우는 관객”이라고 그 주재자인 사진 작가 정연두(39) 씨는 설명했다. 지난 1년간 무대 세트를 연출한 사진 작업을 펼쳐 온 그가 관객을 위해 또 하나의 무대를 마련했다. ‘내사랑 지니’, ‘원더랜드’ 등 그 동안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꿈을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해 온 그가 새롭게 펼치고 있는 전시회 ‘로케이션’이다.
다양한 소재의 이미지들이 혼재한다. 서울의 야경이 내려다 보이는 남산에서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젊은 남녀가 플라밍고를 추고(‘로케이션#8’), 오드리 헵번 스타일로 꾸민 중년 여인이 콧수염을 기른 신사와 붉은색 오픈카에 올라 시골길을 달린다(‘로케이션#12’). 그러나 관객들은 이면을 본다. 그것은 남자가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모습(‘로케이션#8’)이기도, 중년의 남녀 커플이 외진 시골길에서 음습한 상상력을 작동시키는 풍경(‘로케이션#12’)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 씨는 “모든 것은 그저 제스처일 뿐, 상상하고 싶은 대로 상상하라”고 말했다. ‘삶은 곧 무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세상은 무대이고, 인생은 연극이고, 우리는 무대에 선 배우나 다름 없다’는 가사를 담은 엘비스 노래를 전시장에 틀어 놓은 데는 사연이 있었던 것.
각 작품마다 ‘연출된 옥에 티’를 슬쩍 삽입해 둔 데는 뜻이 있다. 암벽 세트에 흰색 스티로폼이 슬쩍 보인다든지, 무대에 거친 질감의 나무 판자가 드러나는 등 눈에 거슬리는 흠집 등이 그것. 완벽하게 작가의 의도다. “우리 인생이란 게 불완전한 세트장이니까요.” 그는 의도된 자연을 추구한다. “그저 단순한 순간 포착이 아니라 사진으로 뭔가를 창조해 내고 싶었어요.” 그를 두고, 그는 빈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내는 과정과 동일시한다.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그는 먼저 그림을 그린다. 이어 거기에 맞을 만한 장소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다. 그 공간에 무대 세트를 만들고 모델과 소품들을 구해 연출하고 찍는 작업 방식은 조소과 출신이라는 사실과 직결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한 달. 소품을 빌리고 주변인들에게 모델이 돼 달라고 설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시는 30일까지. (02)735-8449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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