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 좌파 성향인 ‘페루를 위한 동맹(UPP)’의 오얀타 우말라(43) 후보와 중도 좌파 계열인 ‘아메리카인민혁명동맹(APRA)’의 알란 가르시아(56) 전 대통령이 맞붙은 페루 대선 결선투표가 4일 시작됐다.
1차 투표 이후 두 달 만에 치러지는 결선투표에선 우말라 후보의 승리로 ‘중남미 좌파 붐’이 이어질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육군 중령 출신인 우말라 후보는 1차 투표에서 31%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그 동안 지지율 조사에서 가르시아 전 대통령에게 최대 10%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페루 3개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에서 53∼56%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우말라 후보는 44∼47%선의 지지율에 그치는 상태다. 1차 투표 이후 좌파이면서도 온건한 성향의 가르시아 전 대통령이 우파 유권자 표를 대부분 흡수한 결과다.
우말라 후보의 ‘정치적 스승’으로 평가되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초강경 좌파 노선에 대한 반발도 가르시아 후보에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페루_미국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 파기를 강요하면서 가르시아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 오히려 급진 좌파에 대한 우려만 불러 일으킨다는 분석이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도 이런 분위기를 적극 활용해 “급진 반미노선에다 코카 재배 합법화, 사회주의적인 국가개입 경제정책을 공약으로 내건 우말라 후보가 집권 할 경우 페루를 혼란 속으로 밀어넣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지를 얻어냈다.
그는 좌파 계열이면서도 지난 4년간 연평균 5.5%의 고성장을 유지해온 자유시장주의 경제정책 기조 유지를 약속하고 있다. 특히 차베스 대통령을 강력히 비난함으로써 차베스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좌파 대열과 일정한 선을 긋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2000년 말 후지모리 정권 말기 반정부 무장봉기 사건을 일으킨 경력이 있으며 인디오 등 사회 하층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 우말라 후보는 과거 군복무 때 좌파 인권탄압 혐의 등이 불거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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