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주전 멤버 5~6명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노르웨이전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전력은 기대 이하 였다. 전ㆍ후반 내내 상대의 파상 공세에 일방적으로 밀렸고 단 여섯 차례의 슈팅 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빈공을 보였다. 체격적인 우위를 앞세워 힘으로 밀고 들어오는 상대의 전술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고, 한국 축구의 강점인 스피드와 강한 압박도 보여주지 못했다. 노르웨이전의 키포인트를 짚어본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새로운 스리톱 조합을 실험했는데.
안정환(뒤스부르크)을 축으로 왼쪽에 정경호(광주), 오른쪽에 설기현(울버햄턴)이 선발로 나섰다. 왼쪽 윙포워드로 선발 출장이 예정됐던 박주영(서울)은 갑작스러운 감기 기운으로 결장했다. 코칭스태프는 무리하게 투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 정경호를 대신 투입했다.
전반적으로 공격수들이 공간 활용을 제대로 못하며 답답한 상황이 이어졌다. 미드필더들이 전방으로 효율적인 볼 투입을 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공격수들의 임기응변 능력과 창의적인 플레이가 아쉬웠다. 호흡을 맞춰본 적이 없는 라인업이어서인지 서로 위치를 맞바꾼다거나 순간적으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 드는 플레이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좌우 윙백의 공격 가담이 활발하지 못했던 점도 측면 공격수들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원인이 됐다. 전반전 단 한 번의 슈팅도 날리지 못한 안정환 대신 후반전 조재진(시미즈)을 넣었지만 장신 수비벽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후반 들어 김동진이 투입되며 이영표가 오른쪽으로 이동했는데.
오른쪽 윙백에 대한 아드보카트 감독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대표팀의 오른쪽 윙백 자원인 조원희와 송종국(이상 수원) 모두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날 선발 출장한 송종국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후반 들어 김동진을 교체 투입, 왼쪽 윙백을 맡게 하고 이영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이 형태는 이미 지난 3월 1일 앙골라와의 평가전에서 이미 시험된 바 있다. 공격력이 좋은 김동진의 활용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영표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고 실전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 지 점검한 듯 하다.
김동진은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측면에 활기를 불어 넣었지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영표는 오래간만에 오른쪽에 선 탓인지 공격과 수비에 걸쳐 인상적인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고 설기현과의 호흡도 제대로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후반 중반 스리백으로 전환했는데.
노르웨이는 이날 욘 카레브를 최전방에 포진시키고 프레데 욘센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내세운 4-5-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후반 25분 카레브 대신 마틴 아르스트를 투입하며 투 스트라이커 형태로 공격 라인에 변화를 줬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상대가 투톱 시스템으로 전환하자 후반 34분 최진철 대신 김영철(성남)을 투입하고 수비에 중점을 두던 미드필더 김상식을 수비라인으로 끌어내려 스리백 포메이션으로 전환해 수비 숫자를 늘렸다.
스리백과 포백을 경우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겠다던 아드보카트 감독의 지론이 실전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상대방이 원톱으로 나올 경우 두 명의 중앙 수비수를 유지하고 상대방이 투톱으로 나올 경우 세 명의 수비수를 배치하는 스리백 시스템을 구사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오슬로(노르웨이)=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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