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들은 “상대국인 미국보다도 피해액을 더 적게 집계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는 말로 원정시위 출사표를 대신했다. 그러나 폭력시위를 우려하는 분위기를 감안해 최대한 의사를 평화적으로 알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준근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미국은 FTA로 인한 한국 농산물시장의 피해를 8조8,000억원에서 10조4,000억원에 보고 있는데, 한국정부는 오히려 피해액이 1∼2조원 대라고 발표했다”며 “통계가 엇갈리면 최악의 상태를 가정해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도 ‘미국 통계가 틀렸다’라고 축소하기 급급하다”고 말했다. 그는“정부의 보상책도 구체적인 것이 없고 공허한 말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을 포함해 미국 현지로 떠날 원정시위대는 현재 50~10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농민들은 10~20여명, 나머지는 민주노총 영화인단체 등 각 분야에 걸쳐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홍콩에서 농민 1,500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던 것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숫자다. 홍 사무총장은 “비자 거부도 많았고, 직접 정부 관계자가 농민 개개인과 접촉해 시위를 만류하기도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위단은 미국 현지에서 3보 1배, 현지 교민들과의 연대, 미국 근로자들과 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한ㆍ미FTA 반대 의사를 알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서울 광화문 열린광장에 캠프를 치고 7월에 한국에서 열리는 2차 본협상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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