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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일푼 성공신화 '미국고시 3관왕' 신경섭씨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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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일푼 성공신화 '미국고시 3관왕' 신경섭씨 방한

입력
2006.06.0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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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변호사, 특허변호사, 회계사. 신경섭(43ㆍ법무법인 발해 대표)씨는 하나도 따기 힘든 자격증을 3개나 가진 성공한 재미동포다.

약관의 나이에 무일푼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낯선 땅에서 겪어온 이야기들을 지난 1월 자서전 ‘곰 같은 사나이, 미국고시 3관왕 되다’(새로운사람들 발행)라는 책으로 내 화제가 했던 그가 지난달말 다시 한국을 찾아왔다.

1년에 두세 차례 한국을 찾는 신씨지만 그의 이번 방문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조국의 현실이 싫어 도피하듯 미국행을 택했던 그였지만 이제는 고국에 보답하고 싶다. 신씨는 내년 초 한국에 돌아와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특허, 저작권 관련 법률 자문을 해주는 사무소를 차릴 계획이다.

2일 만난 신씨는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특허나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념이 희박해 아무 준비 없이 해외시장에 나섰다가 소송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 같은 어려움이 생기기 이전에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가 낸 책 ‘곰 같은 사나이…’는 자서전 성격이지만 여느 성공한 이들이 자랑 삼아 내곤 하는 일반적인 자서전과는 조금 다르다. 외모로야 부잣집 아들 같아 보이는 인상과는 달리 그의 인생이 그다지 순탄치 않았던 까닭이다.

1982년 고려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군부독재로 신음하던 한국이 답답해 무작정 도미했다.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에게서 풍족한 지원을 기대할 수 없었던 처지였던 까닭에 세탁소, 모텔, 흑인 거주지역의 옷가게, 택시운전 등 “미국 사회의 바닥을 기며” 학비를 벌었다. 한번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가게에 강도가 들어 서로 총구를 겨누고 밤을 새운 일도 있다.

그뿐 아니다. 한때는 술, 대마초에 빠져 학업과 가정을 팽개친 채 허송세월하기도 했고, 폭력 사건에 휘말려 전과자가 되기도 했다. 첫딸을 갖고 정신을 차렸지만, 취업사기에 휘말려 큰 빚을 지기도 했다.

신씨는 이같이 숨기고픈 과거를 책으로 쓴 이유에 대해 “다른 동포들의 자서전은 대개 성공에 이른 과정보다는, 성공의 대가로 누리게 된 ‘멋진 정원에서의 바비큐 파티’에 대한 환상 같은 것만 심어주고 있다”며 “후배들에게 유학생활에 대한 헛된 환상을 심어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책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또 “힘들었던 나의 미국 바닥생활 체험이 젊은 후배들에게 타산지석이 되고, 자신을 다잡는 회초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 몇몇 대학에서 출강 제의도 받고 있다.

신씨는 지금 다시 스무살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겠느냐는 질문에 “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외에 나가 넓은 세상을 보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 일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사진 조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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